25일 열린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이하 실협)의 정기 총회장에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실협 동료(?)들이 참석했지만 왠지 서먹서먹했다. 사회자의 표현대로 어떻게 초대됐고 참석하게 됐는지 조차 서로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

더욱이 한카식품상협회를(이하 한상협) 실협 산하의 그로서리 분과협회로 인정하도록 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합을 논의하겠다던 한상협 소속 일부 회원들이 써리지역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된 K씨의 자격여부가 불거지자 총회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한상협의 한재운 회장은 “(총회)발언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엄연히 새 이사로 추천된 인사의 자격여부를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우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실협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유사단체에 가입한 분을 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화의 기회를 가진 뒤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K씨는 실협 이사직을 포기했다.

실협과 한상협의 줄다리기는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서리 업종의 독립적 협회운영을 요구하는 일부 회원들이 한상협을 만들면서 양분된 실협은 2004년 1월 정기총회에서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타 유사단체에 가입한 자는 본 협회의 회원자격을 신청할 수 없고 기존의 회원인 자도 자격을 상실한다’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실협은 바로 회원정리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그 시기를 늦춰왔다. “자연스러운 화합의 무드를 조성해 재화합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의도였다”는 것이 실협의 설명이다.

약 1년이 지난시점에서 실협은 한상협이 최근 물품공급 업체로부터 수령한 리베이트를 회원들에게 배분하자 이를 근거로 유사단체 가입회원의 명단을 파악하고 회원정리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한상협을 포함한 유사단체에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이사회 참석을 통한 대화의 기회를 2주간의 말미로 부여한 뒤 출자금 반환 등 법적절차를 밟아 올해 1분기 내에 회원 정리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총회장에서 대통합의 정신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회원들은 논의조차 제대로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는 만큼 화합과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립채산제가 도입되더라도 ‘한지붕 두가족’ 형태의 1대 1 통합은 어려우며 협회 운영에 대한 실질적 이견차도 크기 때문에 공존 가능성도 많지 않아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회내 협회는 있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특단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재결합은 결별할 때 보다 더 어렵고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한 통합가능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영필 실협회장이 “임기내 한상협과의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한재운 한상협회장도 표면적으로는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