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에 걸친 침략·탄압·고통(invasion, oppression and suffering)에서 우려져 깊이 밴 비애감, 슬픔, 분노(deeply ingrained sense of sorrow, grief, or rage)인 한국인들의 한(恨), 그 와중에도 한국 문화의 핵심 가치(core value)로 엉긴 끈끈한 정(情)이 흑인 여성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find relatable) 있다.”

흑인 여성들이 K드라마에 사로잡혔다(be obsessed with K-dramas). 현실 도피와 위안을 얻고자 의지하는(turn to them for escapism and comfort) 상대가 됐다. 마음에 잠재적 치유(potential healing)를 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아들이 백인 학생에게서 인종적 모욕(racial slur)을 당하고 왔을 때, K드라마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피해 학생 집을 찾아가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과하는(get down on their knees and bow and apologize) 장면을 보며 대리 만족을 얻었다는(get vicarious satisfaction) 엄마도 있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흑인 여성들이 K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 일러스트=최정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흑인 여성들은 K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로 가족적 문화 특성을 꼽는다(cite familiar cultural traits). 가족에 대한 애착(attachment to family), 손윗사람 공경(respect for elders), 애정 표현으로서 음식의 역할(role of food as an expression of love)에 동질감을 느낀다고(feel a kinship) 말한다. 또 백인이 아닌 주인공들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현실 도피의 편안함을, 인종적 응어리 없는(devoid of racial baggage) 유색 인종 간의 로맨스를 보는 기쁨(joy of seeing the romance between people of color)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K드라마의 순수함(chasteness)도 인기를 끄는 주요 요인(major draw)이다. 무엇보다 화면에 나오는 알몸 노출(on-screen nudity)이 없다. 섹스에 대한 묘사(depiction of sex)도 드물다. 16편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 봐야 키스, 그것도 흔히 입을 다물고 하는 정도로 끝난다(lead up to a kiss, often closemouthed). 주인공들의 서서히 타오르는 로맨스(slow burn of romance)는 흑인 여성들을 과도하게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할리우드에 반해 부러운 아늑함을 안겨준다(provide an enviable balm against Hollywood’s hypersexualization).

흑인 여성들 입장에선 유색 인종 남녀끼리 섹스를 앞세우지 않는 관계를 쌓아가며(build a relationship without sex being a priority) 서서히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현실과는 다른 K드라마 줄거리와 주인공들을 동경하게 된다. 미국에선 흑인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남자 상당수는 백인·흑인 불문하고 흑심을 품고(have indecent desires) 덤빈다. 이에 지친 많은 흑인 여성들은 막판까지, 또는 다음 시즌 속편에 이르러야 키스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한국 드라마에 새삼 마음이 두근거린다고(have butterflies in their stomachs)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