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올해 상 받은 한국 학생 14명 공통점 살펴보니]
대부분 학부모가 샐러리맨, 공부 강요보다 원하는것 시켜… 책 사주거나 함께 여행·운동전 세계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입상한 한국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본지가 올해 국제과학올림피아드(고교생) 부문별 수상자 11명과 작년 중등과학올림피아드(중학생) 수상자 3명을 전화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사교육을 일반 학생들보다도 늦은 나이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직업도 상당수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올림피아드 수상자 14명 중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때 사교육을 받기 시작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4명은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나머지 10명은 중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박성기(서울과학고 3년)군은 "중학교 때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학원은 오히려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독이 되는 것 같다"며 "수학은 스스로 풀면서 깨우쳐야 자기 것이 되고 실력이 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상자의 부모 중 11명이 회사원, 2명은 의사, 1명은 회계사였다. 이들은 자녀에게 학원을 보내며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책을 사주거나 함께 운동·여행을 하는 등 간접적으로 지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상자들도 과학 분야 영재가 된 가장 큰 이유로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한 점'을 들었다. 생물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받은 유여진(한성과학고 2년)양의 부모도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좋은 책을 추천하고 유양이 원하는 예체능 학원에 다니게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수학·과학에 흥미가 생겨 학교 진도와 상관없이 혼자 수학·과학 문제집을 풀기도 했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자 임유진 학생(세종과학고 3년)도 "부모님은 책을 보고 싶다고 하면 책을 사주시고, 하고 싶다는 걸 말리신 적이 없다"며 "공부를 강요하지 않은 게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 과목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일부는 학교에서 '이상한 아이'로 인식되거나 성적이 평범했던 경우도 있었다. 한 수상자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는 아이가 다른 과목 교과서를 펴놓는다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어 '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장래 진로에 대해선 4명은 물리나 화학, 수학 등 수상 분야 학문을 계속 공부해 학자가 되겠다고 밝혔고, 2명은 생명과학과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했다. '의대 진학'이라고 답한 학생이 4명이었다. 물리올림피아드 금상을 받은 오재익(서울과학고 3년)군은 "부모님이 초등학교 때 세포 관찰을 하라고 현미경을 사주시기도 했다"며 "앞으로 의대에 진학해 신경학 쪽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