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구로구 삼흥학교에 다니는 탈북초등생들이신발을 선물로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와 오붓한 하루’에 들뜬 삼흥학교 어린이“우리를 위한 날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구로구 삼흥학교에 모인 탈북초등학생들은 선물로 도착한 신발과 학용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흥학교에는 북한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탈북했거나 부모가 한국에 입국하기 이전 제3국에서 태어난 9∼14세의 탈북 초등학생 37명이 다니고 있다.

북한은 어린이날 대신 6월1일 ’국제아동절’을 기념해 학예회, 체육대회 등을 열지만 이날은 유치원생을 위한 날이고 초등학생을 위한 날은 ’소년단’에 가입하는 6월6일뿐이어서 이 어린이들은 난생처음으로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보는 셈이다.

북한 출신인 이 학교 채경희 교장은 “아이들이 어린이날이 북한과 달리 휴일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신기해하고 있다”며 “북한과 중국에서 어려운 일들을 겪었던 아이들이 여러 곳에서 자신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찾아오자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채 교장은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어린이날만큼은 부모의 사랑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마련했다”며 “여러 곳에서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많은 선물을 보내줬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삼흥학교에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실, 구로구청 등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낸 새 신발과 학용품, 장난감 등이 속속 도착했다.

삼흥학교가 어린이날 선물로 별도로 준비한 것은 ’가족과의 만남’과 ’놀이공원 소풍’.

이 학교는 한국 입국 후 경제활동 등 탓에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탈북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기숙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활동을 하느라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놨던 부모들은 어린이날인 5일만큼은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고 아이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기숙생활을 하면서 오전에는 제도권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삼흥학교에서 방과후학습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아이들도 하루만 지나면 엄마, 아빠와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놀이공원 소풍’은 한국에 오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아이들이 정말 아이다워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선물로 낙점됐다. 다만 교육일정상 소풍가는 날은 6월께로 잡기로 했다.

하지만 삼흥학교 아이들은 벌써부터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