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UBC 캠퍼스에서는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밴쿠버 지부의 점거 시위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멸종저항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 원주민 토지 인정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의 문제를 다루는 시위 운동가들의 단체이다. 총 2주 동안 밴쿠버 공항과 UBC를 비롯한 로어 메인랜드 곳곳에서 진행됐던 시위는 지난달 29일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중 한 곳인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마무리됐다.

 

멸종저항은 BC 지역의 화석 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 취소, 원주민 토지 인정, 지구 온난화를 향한 시민 행동 촉구를 위해 시위하고 있다. 아울러,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송유관의 위치가 원주민 영토를 지나갈 예정인데, 이는 과반수 원주민의 입장에 반대되는 계획이기도 하다.

 

약 40명으로 구성된 멸종저항 시위대는 26일 오후 4시 30분경 UBC 캠퍼스 한가운데에 위치한 짐 에버렛 기념공원공원에서 집합한 후, 한 시간 후에는 웨스브룩 몰과 유니버시티 블루버드 교차로를 폐쇄했다.

 

시위자들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하면서 UBC의 ‘다이베스트먼트 계획(Divestment plan; 화석 연료 투자금 철회 계획)’의 날짜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현재 UBC의 다이베스트먼트 계획상 2030년까지 쉐브론, 엑손 모빌, 로열 더치 쉘 등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약 20억 달러를 철회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2030년에 계획을 철회하기에는 너무 늦고, 이들은 이 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점을 나타내기도 했다.






30분가량 진행됐던 도로 점거시위는 학생들의 하굣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CMS(Combined Major in Science) 전공 김 모 학생은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는 버스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다가,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버스 정류장의 장소가 임시로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시위를 목격하면서 “평소에 간과하던 환경 문제와 UB 캠퍼스가 사실은 원주민 토지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게 됐다”며 “시위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원주민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져, 원주민 이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시위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다. 멸종저항이 멈추게 만든 버스 도로는 디젤 버스가 아닌 전기 버스 도로로, 환경 문제를 비판하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학생들의 견해도 있었다. 또 UBC에서 열린 시위에서 경찰 명령에 불복하던 학생 두 명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시위에 앞서 UBC 심리학과의 조교수이자 시위의 주최자였던 로렌 엠버슨(Emberson)은 “UBC에서 진행된 시위는 다이베스트먼트 계획 날짜를 앞당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이미 훼손된 환경을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 날짜로 설정된 2030년은 늦어도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자원보존(Natural Resources Conservation) 학과 전공 2학년 학생이자 시위의 또 다른 주최자인 올리비아 하우(Howe)는 “지난 몇 년간 관련 기구에 편지를 쓰고, 30년 동안 시위를 해도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로 인해 우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 비폭력 시위 등으로 밖에 변화를 이끌 수 없다”고 이번 시위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이 시위를 계기로 많은 UBC 학생들이 원주민, 환경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었던 가운데, 시위대가 촉구한 다이베스트먼트 계획에 관한 요구를 UBC 측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UBC K.I.S.S. 11기 하늬바람 학생기자단

최지아 인턴기자 jiah.choi0818@gmail.com

사진출처=Extinction Rebellion Vancouv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