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건립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 가능성 여부는 예산상의 한계 뿐만 아니라 선결과제가 요구되며 교민사회의 자발적 노력과 능력에 맞는 사업추진이 우선되어야지 정부의 지원만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캐나다지역 총영사회의에 참석차 17일 밴쿠버를 방문한 이준규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국장(사진)은 단호한 어투였다. 동포단체장 간담회에서 나올 만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라도 한 듯 李 국장은 원칙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그가 '동포 사회의 여론 수렴차원'이라며 언급한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는 속된 말로 '생뚱 맞은' 이야기였다.

사실 '이중국적' 과 '참정권' 은 '탐탁치 않은 제도적 허용'의 문제이거나 입법(立法)상의 불비(不備)를 개선하려는 것일 지는 몰라도 재외동포를 위한 '지원계획'은 아니다. 또, 일부에서 요구한다는 참정권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지 않는다면 '부재자 투표'의 허용으로도 충분히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준규 국장은 "이중국적 허용은 긍정적 여론이 많지만 국민 정서상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지만 '국민 정서'라는 점잖은 표현도 실은 '기회주의적 발상'과 연결된 '이중성(二重性)'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밴쿠버 지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인들의 의식과도 거리가 멀다.

밴쿠버 지역에서 터잡고 살아가려는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참정권'이 아니다. 참정권이 허용된다고 해도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며 떠나온 친정의 살림살이에 대한 관심도 '잘 되야 될 텐데'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한다. 오히려 밴쿠버 한인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어 교육'과 '문화적 전통 계승'을 기반으로 하는 2세들의 '정체성 확보'이며 주류사회에 우뚝 서려는 노력만으로도 힘겹다.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정책개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李국장의 캐나다 방문이 실제 캐나다 동포사회에서 고민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