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맨의 양심

정착서비스의 뜻은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 주 '정착서비스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이후 본지의 웹사이트 밴조선닷컴(www.vanchosun.com)의 이민게시판은 주말 내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착서비스가 "사기다", "아니다", "스스로 정착해라", "당한 사람이 바보다", "사기꾼들을 몰아내야 한다" 등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의견들을 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정착서비스가 생각보다 훨씬 깊숙이 밴쿠버 한인사회와 관련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신규 한인 이민자들이 캐나다에서 맘에 드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직업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 이민자들에게 짧은 기간동안 발품을 팔아 적게는 500달러에서 많게는 커미션 포함 3000~4000달러까지 세금 없이 벌 수 있는 정착서비스는 매력적인 일거리임에 틀림없다. 반대로 낯선 땅에 도착해 모든 것을 영어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며, 많은 이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정착서비스를 받는 것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두 입장의 궁합이 맞아 지금까지 정착서비스는 여러 랜딩맨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신규 이민자들은 정착서비스를 통해 좀더 쉽게 캐나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정착서비스가 문젯거리가 되는가? 정착서비스 실태에 대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문제는 대부분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랜딩맨들의 조금 더 벌고 싶은 욕심. 신규 이민자들의 돈 냈으니 더 받아내자는 욕심. 이러한 욕심들이 정착서비스 하는 이와 받는 이의 관계를 갈등으로 몰고 가고 서비스가 끝난 뒤 서로 욕을 해대는 원인인 듯 싶다.

또한 서로 갈등을 빚고 생각지도 못한 추가경비나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한인들이 서류작성에 무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착서비스도 엄연히 돈을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기로 약속하는 계약인데, 서면으로 된 계약서에 사인한 후 랜딩했다는 이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착서비스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이민관련 업체 중에서 몇 곳이라도 일반화된 계약서를 만들고, 서비스의 범위와 비용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규정을 넣어 랜딩맨과 신규 이민자 양측의 서명을 받게 한다면 불신과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착서비스가 직업으로서 인정 받고 한인들이 "속을까?", "바가지 쓸까?" 불안해 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으려면, 랜딩맨들 스스로 성실하고 양심적으로 맡은 일을 처리해줘야 한다. 특히 캐나다 사정에 어두운 고객을 마치 '봉'인냥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동포 이민자들이 바가지 쓰던 말던 민박, 중고차, 보험, 학원 등을 통해 커미션과 소개비를 챙기는 것에 혈안이 된 일부 랜딩맨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또한 신규 이민자들도 필요에 의해 정착 도움을 받기로 했으면 서비스의 범위와 비용에 대해 꼼꼼히 챙기되, 수고하는 랜딩맨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착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랜딩맨의 양심.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한인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