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다수의 힘

‘2001년 무릎수술 대기기간 21주’, ‘2003년 무릎수술 대기기간 30주’, ‘2004년 그래도 정치인들은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다’

BC의료협회(BCMA, 이하 협회)가 대대적인 반정부 광고를 현지 신문에 실으면서 주장한 내용이다. 협회는 “수술 대기기간이 너무 길어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있고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정부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며 홈페이지(www.bcma.org)를 통해 예시했다.

협회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정부는 여전히 주민들에게 보건행정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를 시정하려 들지도 않는다’고 비판하고 “2001년 자유당은 집권이후 만성적인 대기환자 적체현상 해소를 위해 그 어떤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수술대기 경험담 모집에 나선 협회는 이를 모아 고든 캠벨 주수상과 콜린 한센 보건계획부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의료협회의 이 같은 행동은 겉으로는 의료구조 개선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달랐다. 이는 지난 1월 3년간 최소 11%의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을 늘릴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 협회의 요구를 거절한 주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었다. 협회의 반정부 운동이 일반인들의 참여 저조와 냉담한 반응으로 결국 의료협회는 두 손을 들고 2년간 임금동결안에 합의했다. 이미 2002년 5월 의사 파업으로 한차례 곤혹을 치룬바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둔 자유당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이 주민의 외면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주정부가 의료 비용지출의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환자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최악의 경우 어떤 결말이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다”며 투쟁의지를 불태웠던 BC의료협회 존 터너 회장의 주장도 결국 민의를 빙자해 집단이익만을 챙기기 위한 정치적 공갈포로 드러났다.

남은 것은 BC주민들의 피해이고 침묵하는 다수의 표심이다. 내년 5월의 BC주 총선에서 자유당이 재집권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