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가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고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일컫는 교육학 용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무엇이든 기대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교육현장에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학생들도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에 분발하여 몰라 보게 우수한 학생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갑신년(甲申年) 새해에 이 같은 피그말리온 효과가 밴쿠버 한인회 주변에도 생겼으면 하는 기대는 지난 8일 열린 한인회 이사회에 참석한 열성적인 교민들 사이에도 느껴졌다. 비록 파행에 파행을 거듭함으로써 한인사회로부터 불신을 자초하고 무관심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처지지만 그래도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어른들의 모임으로 인식되었던 까닭에 일말의 기대마저 차마 버릴 수 없어서 일까?

16명의 이사와 10여명의 참관인이 참석한 이날 이사회에서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회의 내내 감지됐다. 특히, 전임회장 사퇴를 전후한 이사회의 부적절한 처사를 지적한 P이사의 발언은 환부(患部)를 도려내지 못할 바에는 해체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주요 토의 안건의 처리와 권한대행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모습은 일부인사의 전횡으로까지 비춰질 정도였다. 회의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이사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자에게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 및 직무정지 조치하겠다'는 안건은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자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내용이었다. 다행히 일부 이사들이 폐기를 주장하고 안건처리를 반대하면서 다음회의로 의결이 미루어졌지만 불필요한 불신과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 권한대행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에 대한 자격시비가 계속되자 참석 이사들이 새로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권한대행을 선출함으로써 '한인회 스스로 만들었던 한글 정관을 결국 폐기 처분해 버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하는 한인회를 구현하기 위해 임원 및 이사 모두가 분과위원회를 하나씩 맡아 한인회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결의한 한 이날 이사회장을 빠져 나오면서 피그말리온 효과이전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우리속담만큼 적절한 것도 없어 보였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