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커야 유리하다?

밴쿠버 한인사회의 영세한 경제규모를 두고서 '교민의 3대 기간산업' 운운하며 소형자영업 위주의 실상을 자조했던 일이 한때 있었다. 이 같은 '가족중심의 비즈니스'라는 흐름은 2000년 이후 이민자수가 급증하면서 사업의 수는 늘어났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사업 수명은 짧고 손바뀜만 활발한 정도였고 대부분 한인사회를 겨냥한 업종이라는 점에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제법 굵직한 규모의 거래가 동업 혹은 투자의 형태로 이루어져 호사가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기존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서 유사한 업종에 진출하려는 일종의 다각화나 '덩치가 커야 유리하다'는 소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도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진출을 도모하거나 공연문화사업, 방송사업에의 투자확대가 그러한 경우인데 경영 전략상의 고려 때문인지 아직 정확한 투자규모나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유례없는(?) 대규모라는 사실 자체에서 일단 목표하는 사업의 성공을 예감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는 가내수공업 정도의 '영세성'으로 대변되던 기존사업과의 차별화 전략이 그만큼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사업취지와 전체 한인사회의 성장구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규모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선의의 경쟁이 상호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는 점과 선점의 효과, 대규모 고용창출, 시너지 효과 등이 강조되고 한인경제가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시장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아쉬운 것은 허약한 체질의 개선 없이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경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존 업체들이 도산한 경우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 사업진출 초기에 얻을 수 있는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잠재적 시장 개척은 허세로 가능한 일도 아니며 사업자체의 위험성을 제거하지 못한다. 더욱이 수익성과 투명성의 확보는 사업성공의 기본전제이며 생존의 근간이다. '잘 되야 될 텐데'라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교차하는 이유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