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자살

한국에 입시 후유증이 심하게 불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던 중 한 학생이 투신해 자살했고, 시험 후 점수를 비관해 또다른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시험전후에 잇따른 수험생의 투신 자살은 한국의 수능시험이 어린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 무엇이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어야 할 이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가?

한국 대학들의 총 입학정원수가 수험생 수와 큰 차이가 없는 최근의 상황에서 이처럼 대입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아마도 한국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엘리트 주의'와 '학벌사회' 때문인 듯 하다.

아직 어린 학생들 조차 한국사회에서 돈 잘 벌고 떵떵거리고 살려면 좋은 대학 괜찮은 과에 들어가야 하며, 이러한 일류의 대열에 끼지 못하면 학벌사회의 낙오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류냐 낙오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을 하루에 결정하는 수능시험은 그래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그리고 시험 후에는 자신 이름 앞에 붙는 점수로 본인의 능력이 평가되고, 점수고하에 따라 주위의 대우가 달라지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을 열등하게 생각하고 본인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낮은 점수와 함께 묻어버릴 것이다.

캐나다 학생의 경우 보통 11, 12학년 때 본인 스스로 대학에 갈지 안갈지를 정한다. 제대로 공부 하기위해 대학에 가려는 이들은 내신에 신경 쓰면서 프로빈셜 시험을 대비하고, 가지 않을 학생들은 직업교육이나 일자리를 알아본다.

대학에 입학해 더 공부하는 학생이나 취업을 위해 직업학교를 가는 학생, 혹은 아르바이트나 여행을 하면서 사회와 세상에 대한 경험을 쌓는 이들 등 다양한 졸업생들이 사회의 굴절된 편견 없이 자신의 결정대로 살아간다.

한편, 고교 졸업 후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이 몇 년씩 일하다가 대학에 가려고 하면 학교와 정부에서는 이들을 성인학생(mature student)으로 분류해 공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로 돕는다.

따라서 본인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인정 받는 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적 지위향상도 이룰 수 있다. 한번의 수능으로 일류와 삼류 도장이 찍히는 한국의 대학제도 보다 본인의 노력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캐나다 교육제도가 부러워지는 부문이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