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의 꿈

캐나다 사상 두 번째 당첨금액(3천만달러)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슈퍼 7 복권은 지난 주 3명의 당첨자가 나왔다. 행운의 주인공 중 1명은 밴쿠버에 거주하는 43세의 기계공으로 단돈 10달러를 투자해 1천만달러(한화 89억)라는 거액을 손에 쥐게 됐다. 현지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동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주차한 아보츠포드의 한 주유소 매점에서 아내가 구입한 복권이 우리를 부자로 만들었다"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고 했다.

1등 당첨 확률, 8백만분의 1이라는 행운이 찾아 든 것을 한국식으로 해석하자면 돼지꿈이라도 꾸었을 성 싶지만 이들 부부의 경우는 단지 아내가 구입직후 느낌이 좋았다는 것 뿐이었는데 복권판매소마다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게 했던 복권 열풍은 밴쿠버 한인사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식집에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매주 10달러 정도의 복권을 구입한다는 교민 K씨는 "복권구입은 1주일간의 행복증서"라며 "당첨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복권을 확인기에 넣을 때까지 마음의 행복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는 매번 꽝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한 주의 희망을 구입하는 것으로 여긴다"며 복권 애호론을 펼쳤다. 또, J씨는 "당첨되면 아무래도 정황이 없을 터이므로 무엇부터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며 웃었다.

하지만 캘거리 도박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이 1000달러로 도박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복권은 -499달러, 빙고 게임은 -350달러, 경마는 -200달러를 잃게 되며 주사위(craps)는 -14~-167달러, 슬롯머신 -80달러, 룰렛 -53달러, 블랙잭 -10~-43달러 등 모든 도박관련 상품에서 결국은 돈을 잃기 마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론 돈을 잃는 속도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며 같은 돈을 캐나다 우량기업의 상장주식에 투자할 경우 연평균 100달러의 이익이 생기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위험임에 틀림없다.

"이민을 통한 인생역전의 꿈이 복권이나 도박으로 옮겨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 볼 때도 있다"는 C씨는 "중독이 아닌 이상 팍팍한 이민의 삶을 극복하려는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진정한 승자는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자'라는 한 카지노의 경고 문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