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해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인종차별이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러내진 않아도 자신의 민족이나 인종적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종적 편견이 자부심을 넘어 극단적이 되면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기도 한다. 북미에서는 유럽에서 온 백인들이 토착 원주민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만행을 저지른바 있으며 2차 대전 중에는 6백만 이상의 유태인이 독일인에게 학살 됐다.

역사적으로 주로 백인이 악역을 해왔던 이유 때문인지 북미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면 주로 백인들이 한층 긴장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말은 욕 중에서도 큰 모욕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김병현이 욕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건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가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선수소개 때 야유를 하는 홈관중에게 김병현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욕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펴는 것은 북미에서 가장 심한 욕 중 하나인 'fxxx'를 나타낸다.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로서 홈관중에게 공영방송이나 신문에 올릴 수 없는 저급한 욕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은 잘못한 일임에 틀림없으며, 사건이 터지자 김병현은 보스턴 팬들은 물론 미국 언론의 집중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 흥분한 한국팬들이 인터넷으로 보스턴 팬포럼까지 찾아가 김병현이 욕을 한 것은 야유를 한 미국 관중들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며 한국어나 엉터리 영어로 편을 들고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이 올린 글 중에는 야유를 한 미국 관중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일방적으로 김병현을 감싸는 것이 많았다. 사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를 겪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서 그런지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이 심한 편이다.

이런 글들에 대해 어느 보스턴 팬은 "미국 관중은 홈팀이라도 성적이 부진한 선수에게는 야유를 보낸다"라며 "욕을 한 김병현을 비난하는 것은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을 했기 때문인데 인종차별 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면서 흥분하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북미사회에서 소수민족이나 외국인을 불평등하게 대하는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으나, 한인들 중에는 이번 사건처럼 인종차별과 잘못에 대한 비난을 구분 못하는 이들이 꽤 있는 듯하다. 이곳의 일부 유학생들도 학교에서 잘못을 해 벌을 받거나 성적이 나쁘면 스스로 반성을 하기보다 교사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말을 함부로 하고 다녀 학교측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단적으로 우리보다 잘살고 얼굴색 하얀 외국인은 잘 대해 주지만 얼굴색 짙고 돈없는 곳에서 온 외국인들은 사람취급을 안 할 때가 많지 않은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계화시대에 인종차별이라는 말을 쉽게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타민족에게 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