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키우는 부활 리더 김태원"저는 알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에 나와 서 있을 곳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이 쉬쉬하고 있는 거죠."

최근 TV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아이가 자폐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사진)씨는 "한국 초등학생 100명 중 2.64명이 자폐 장애를 갖고 있다"는 예일대 의대팀의 조사 결과를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짐작은 하고 있었다"며 "그만큼 한국 사회가 자폐 장애에 대해 닫혀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의 아들 우현(11)군은 현재 어머니, 누나와 함께 캐나다를 거쳐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는 "캐나다와 필리핀에서는 자폐아들을 '특별한 아이'로 생각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이상한 아이'로 취급된다"며 "정신연령이 낮은 자폐아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아내도 저도 한국에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어요. 어린아이들이 식당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꼭 자폐가 있는 아이들이 떠들면 사람들은 유심히 쳐다본다는 겁니다. 그 시선이 우리에게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아십니까?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고 싶겠어요?"

김씨는 "자폐아를 가진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품에 안고 있고 싶은 마음"이라며 "지금 우현이 정신연령이 두살 반 정도 되는데 한 번이라도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보는 게 간절한 소망"이라고 했다.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영화 '말아톤'의 대사를 두고 "우리 같은 부모의 심경을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일단 자폐 장애에 대한 사회 전반의 편견을 떨쳐버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필리핀에서는 우현이가 햄버거집에서 조금 말썽을 피워도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큰 배려인 줄 아십니까?"

그는 자폐아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교육 환경 구축도 시급하다고 했다. "캐나다와 필리핀에서는 우리 아이가 특별한 아이로 다뤄지며 보호를 받는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시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