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매년 300명만 선발하는 작은 학교지만 매년 6:1 이상의 경쟁률을 자랑하죠. 과학기술계의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신입생 전원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됩니다. 원서접수·서류평가·면접·합격자발표·등록 등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데만 약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는 작년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전형 중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는 입시에 대한 부담 및 긴장으로 인해 생긴 사소한 사건으로, 합·불합격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여고생 맞아?"

포스텍은 여학생이 귀합니다. 여느 대학의 공학계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여학생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학생 지원자 각각은 저희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중 입학사정관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지원서 상 여학생의 나이가 무려 40세가 넘은 중년 여성이었기 때문이죠. 확인 결과, 자녀를 위해 어머니께서 직접 원서접수 및 결재를 하시면서 실수로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것이었습니다. 사소한 실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대학입시의 첫 관문인 지원서는 누구보다 학생이 정성 들여서 써야 하지 않을까요?

"지원학과가 달라요!"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모든 서류의 행간까지 읽는다고 할 정도로 꼼꼼히 점검합니다. 가끔은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상의 지원학과가 다른 경우를 발견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추천서를 작성한 선생님과는 달리, 학과의 경쟁률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지원자는 다른 학과를 지원하고 자기소개서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입학사정관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 간의 신뢰이며, 그 결과물인 추천서는 고교와 대학 간의 신뢰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눈치작전'이 아니라 본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소신을 통해서 지원학과를 결정하고, 선생님과의 진로상담을 꾸준히 하는 노력이야 말로 입학사정관제도의 핵심입니다.

"택배 왔습니다!"

매년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접수가 시작되면 '라면박스'가 입학처에 속속 도착합니다. 박스를 하나씩 개봉할 때마다 지원서 상의 수험생들의 고민과 정성(?)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받은 상장 및 반장·부반장 임명장부터 일기장, 혼자 고민했던 수학·과학문제 증명 등 지원자의 인생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박스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한 수험생들은 본인을 보여주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데 많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입학사정관은 고교생활의 다양한 흔적으로 가득 찬 학교생활기록부 자체가 최고의 포트폴리오라고 입을 모읍니다. '보여주기 위한 자료'보다 학교생활에 충실해 학교생활기록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입학사정관제도는 지원자의 의지 및 실천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학교생활 중 본인의 관심분야를 찾고,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선생님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세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열정을 투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