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송숙희씨의 자녀 교육법

전남 해남고 2학년 원도형군은 엄친아다. 이때 엄친아는 '엄마 친구 아들'이 아니라 '엄마와 친한 아들'이라는 뜻이다. 퍼스널브랜딩코치이자 작가인 송숙희씨와 아들 원도형군은 서로 생각을 속속 알 정도로 친한 모자다. 비결은 바로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각자 생각을 블로그에 담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누구보다도 더 이해하게 됐다. 송씨는 "블로그 글쓰기는 현재 아이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아요. 블로그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속내를 들여다보며 세상에서 가장 친한 모자지간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답니다"고 말했다.

◆4년여간 이어진 블로그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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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많고 게임과 친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들 원도형군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직 여성잡지 편집장 출신인 송씨의 권유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 서울에서 살다가 엄마를 따라 해남 땅끝마을로 온 아이에게 뭔가 빠질 만한 것을 선사해주고 싶었던 송씨의 바람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사교육을 못해서 생긴 여유시간을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송씨는 "평소 좋은 엄마가 유능한 선생님보다 낫다고 믿고 있었기에 곁에서 아이와 함께하며 즐거운 교육을 하고 싶었다. 인터넷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편히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잊지 못할 유산을 남겨주고 싶었던 송씨는 본인의 글쓰기 실력을 떠올렸다. 글쓰기가 몸에 익을 때까지 아이에게 매일 스무줄 이상 블로그에 글을 쓰도록 권했다.

블로그 글쓰기가 정착할 때까지는 마찰도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쪽지에 글을 담아내는 것을 즐겼던 원군이지만, 갑자기 글을 매일 써야 하는 것은 부담이 여간 아니었던 것. 그렇지만 송씨 역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일은 용서해도 글을 쓰는 약속을 어기면 화를 냈다. 대신 본인도 직접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글을 쓰는 모범을 보였다. 글을 쓰는 내용 때문에 부담을 느낄까 봐 어떤 내용을 쓰든 절대 혼내지 않았다. 그는 "블로그 글쓰기의 장점을 깨닫고 습관이 될 때까지는 엄마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군은 시키지 않아도 블로그에 글을 적었고 그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글쓰기 능력은 후천적이다

원군의 글쓰기 실력은 주변에서 놀랄 정도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크고 작은 교내외 글쓰기 상을 휩쓸었고, 현재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글 잘 쓰기로 유명하다. 교내 교지편집반을 거쳐 문예반에서 활약하는 그는 주변에서 작가를 권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 실력도 좋아 늘 상위 1% 안에 든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귀찮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저 역시 귀찮은 날도 있고, 정말 쓰기 싫은 날도 있고 바쁜 날도 있죠. 하지만 '블로그를 매일 매일 써야 한다'라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자 신기하게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편해 졌어요."

블로그를 매일 쓴다는 것은 쓸거리가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결은 마인드 맵이다. 예컨대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면 그저 눈이 내린다,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나아간다. '눈은 왜 내리는 걸까?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서 그렇겠지', '수분 하니까 지난번에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아서 갈라졌던 게 생각나네', '그렇다면 피부가 좋은 사람들은 수분을 확실히 보충해 준 때문이겠지', '피부가 매끈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성격상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고 자유롭게 연상하면 누구나 쉽게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원군의 설명이다.

송씨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원군의 블로그에 로그인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오늘은 또 무슨 얘기를 읽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생각하는 것이며 쓰는 실력이 느는 아이의 대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설렙니다. 아이와의 불편한 관계로 고민하는 부모님이라면 블로그 글쓰기를 한번 해보세요. 초등 6학년 때부터 미리 시키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블로그 글쓰기' 자녀 코칭 이렇게···

1.잘 쓴 글은 칭찬하되, 어떤 내용이든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2.아이에게 무조건 글을 쓰라고 강요하기보다 부모가 먼저 글 쓰는 모습을 보인다.
3.글쓰기를 재미있는 놀이처럼 접근하도록 해준다.
4.다른 글을 퍼오는 것이 아닌 어떤 이야기든 본인이 쓰게 만든다.
5.매일 정해진 시간 또는 분량을 쓰게 해 습관이 되도록 한다.
6.블로그에 쓴 글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아이의 생각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