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월 2일, UBC의 두 번째 온라인 졸업식이 진행됐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이번 졸업식은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밴쿠버와 오카나간 캠퍼스의 학생들 모두 해당 졸업식을 통해 대학 교육 과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된 작년 학기와 다르게, 이번 졸업생들은 학부 생활의 마지막 해를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마무리하게 된 첫 기수였다.

 

이번에 졸업을 맞이하는 1만5000여 명의 학생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 올해의 졸업식은, 대면 졸업식과 달리 직접적인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부분이 상당히 적었다.

 


비대면 졸업식에서 메시지를 전달 중인 산타 오노 UBC 총장 <출처=졸업식 영상 캡쳐>

졸업식 행사에서는 각 학과의 학과장이 화면에 등장해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인사와 미래에 대한 격려를 건넸다.

 

다음은 UBC 겸임 부총장 케이트 로스 박사가 어려운 시국 속에서 굴하지 않고 학업에 임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연설 중 일부이다.

 

“여러분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위를 완료할 수 있는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강하고 유능하단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 부여할 다음 도전에 준비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Tuum Est. (당신의 것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비대면 졸업식 행사에서는 졸업생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졸업장을 수여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졸업생 명단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화면에 띄우는 것으로 대신했다.

 

행사에 참석한 컴퓨터 엔지니어링 학과 졸업생 마크 팡(Pang) 씨는 “이러한 연출 방식에 아쉬움을 느꼈고, 졸업을 맞이한 학생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려는 학교 측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올라가는 졸업색 명단 <출처=졸업식 영상 캡쳐>

팡 씨와 같이, 졸업생들은 대면 졸업식 행사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온라인 졸업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학교 측 역시 학생들의 실망스러운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UBC의 산타 오노(Ono) 총장은 지난 5월 졸업식이 비대면으로 진행될 것을 공지하며, “졸업식은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겠지만, 학생들이 이뤄낸 성과와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어서 오노 총장은 2020년과 2021년 졸업생들을 위한 대면 졸업식 행사가 추후 진행될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보건당국과의 조율 후 이에 대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졸업생 팡 씨는, 많은 학생은 졸업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유학생의 경우에는 모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대면 졸업식이 열려도 다시 UBC로 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졸업을 맞이하는 학생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서로 다른 시간대와 여건 아래 놓여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번 졸업식이 기존에 별개로 진행되던 학과별 졸업식과는 달리 통합되어 진행됐다는 점, 일방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진행되어 학생들의 상호작용이 불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졸업생들의 명단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성의 없이 연출하였다는 점 등을 추후 개선되길 바라는 부분들로 꼽았다.

 

평소와는 달랐던 이번 졸업식에 대한 졸업생의 자세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의대 진학 준비 중인 신체 운동학(Kinesiology) 학과 졸업생 캔디스 차우(Chau)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 6월 신체 운동학을 졸업하고 의대 진학 중비 중인 캔디스 차우 졸업생

<졸업생 인터뷰>

 

Q.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교육과정 마지막 1년을 온라인으로 이수했는데, 졸업 소감은 어떤가요?

 

사실 캠퍼스 생활을 많이 못 한 것에 대해 아쉽지는 않았고, 오히려 여러 방법으로 수업을 들어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매일 왕복 3시간의 통학을 해야 했지만, 온라인 수업 덕분에 많은 시간을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마지막 1년을 비대면 학교생활로 보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정확히 구분하기 힘든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명확한 스케줄을 갖거나 밖에 나가서 습관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Q. 사회와 단절된 상황이 학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다른 학기보다 성적도 더 잘 나와서, 부정적 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또한 토론 참여 수업 후, 논의 게시판에 의견 기재를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 참여 방식이 있어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많은 학생이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순조롭고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평소보다 관리해야 하는 자잘한 과제들이 많아 여러 면에서 더 신경이 쓰였던 거 같아요. 또 공부하면서 저를 포함해 많은 학생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 때문에 불안과 외로움을 겪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요.

 

Q. 쉽지 않은 대학교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졸업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어떤 것이었나요?

 

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어요. 또한 이번 해에는 제가 관심과 열정을 가진 수업들과 학교 외 활동, 취미 탐구를 할 수 있어 저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또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전자기계를 쓰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소셜미디어나 기계와 거리를 두는 법도 배울 수 있었어요.

 

Q. 대학교 마지막 1년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무엇인가요?

 

제가 들은 수업 중에 원주민들의 건강과 식물 사용의 관한 수업이 있고, 원래 이 수업에서는 원주민 식물이 있는 UBC 농장에 가서 직접 식물 관찰도 하고 전통적인 의식도 경험해볼 수 있었지만, 비대면 수업이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어요.

 

Q. 졸업 다음 단계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없나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어요. 다만 제 친구 중 몇 명은 아직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Q.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도움이 됐던 생활 습관이 있었나요?

 

저는 여러 팟캐스트를 듣고 독서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곤 하는데, 제이 셰티(Shetty)의 <Think Like A Monk>라는 책과 <On Purpose>라는 팟캐스트가 특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한, 오아시스 교회의 ‘Soup Kitchen’이라는 곳에서 노숙자들한테 식사를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목사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저는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고 주기적으로 하는데, 밖에서 30분 동안 꾸준히 걷거나 뛰는 것 또한 추천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정신과 육체적 건강, 또 학업적인 성과를 이루는 것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Q.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졸업할 후배들한테 조언을 부탁드려요.

 

본인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본인만의 열정을 찾는 것은 봉사활동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경험을 하고 활동을 했을 때 본인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얻고, 또 활동 중과 후에 어떤 느낌을 받는지 겪고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UBC K.I.S.S. 하늬바람 학생 기자단

서긴나 인턴기자 kinna.suh@gmail.com

김은솔 인턴기자 eunsol.kim@alumni.ub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