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UBC는 보건당국의 예방수칙에 따라 지난 5월 학기부터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대면 수업에서는 가능했던 실험이나 토론이 원활하지 않거나 아예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뉴노멀 시대의 수업방식은 많은 학생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고 있다.


특히 비대면 수업은 교육적인 제한을 넘어,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출처=Getty Images Bank


팬데믹 이전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중요한 시험의 경우, 학생들은 강의실이나 시험장에서 교수와 조교들의 감독하에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으로 인해 이 시스템은 불가능해졌고, 결국 대부분의 평가는 온라인 시험 또한 대체 과제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런 감시 없이 시험을 진행한다면 부정행위에 대한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UBC는 이를 방지하고 공정한 시험 방법을 마련하고자 지난 3월부터 ‘프록토리오(Proctorio)’라는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프록토리오는 학생들의 컴퓨터와 웹 카메라를 통해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사용자의 인터넷 브라우저 접속은 차단되며, 마우스 위치, 화면에 띄워진 창과 방문한 웹사이트 목록 등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감시된다. 추가적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주변 환경, 소리는 물론이고, 눈동자와 입의 움직임마저 감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의 이유로 소음과 다른 사람들이 이동하고 움직이는 공간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과 같은 경우에는 불공평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피부색이 어둡거나 머리덮개를 착용한 사람들은 인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도 일으켰다.



프록토리오 프로그램 캡쳐 (출처=proctorio.com)

 

많은 학생들이 프록토리오의 사생활 침해와 부당한 처벌, 그리고 차별을 지적하는 가운데, 프록토리오의 마이크 올슨(Olsen) CEO가 한 UBC 학생의 프로그램 내 채팅 내용을 온라인상에 공개하며 논란이 됐다.


이 논란은 지난 6월, UBC의 한 학생이 프록토리오 고객센터와의 경험에 대해 유명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학생이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던 도중 프록토리오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 라이브 채팅을 통해 도움을 청했지만, 지원팀에서는 “Hi”라는 인사 후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난감했다는 내용을 유머스럽게 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올슨 CEO가 이 글에 댓글을 달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댓글을 통해 “지원팀이 너의 문제를 해결한 채팅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거짓말하지 마라, 너의 행동이 창피하다”고 말했고, 이 댓글과 함께 이 학생과 지원팀이 나눈 채팅 내용 전문을 첨부했다.

 

올슨 CEO의 댓글이 달리자 UBC 학생들은 프록토리오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채팅 내용도 엄연한 한 사람의 개인정보인데, 이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나왔고, 올슨 CEO는 해당 댓글을 삭제했다.

 

해당 사건의 대해 UBC의 Alma Mater Society(AMS)도 산타 오노(Ono) UBC 총장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올슨 CEO의 채팅 내용을 유출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프록토리오와의 계약 해제를 촉구하기에 나섰다. (https://www.ams.ubc.ca/news/open-letter-regarding-the-usage-of-proctorio/)  

 

그리고 프록토리오가 트위터를 통해 그들을 비판한 UBC의 학습 기술 스페셜리스트 이안 링크레터(Linkletter) 씨를 고소하는 데에 이르자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고, AMS는 다시 한번 프록토리오에 대한 공개 항의서를 발표하며 UBC의 프록토리오와 재계약을 반대하는 입장을 강경히 했다.

 


UBC 학생들의 프록토리오 사용 금지 온라인 서명운동 캡쳐 (출처=change.org)

또한, UBC 학생들 사이에서는 UBC가 프록토리오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돼, 두 달 사이에 1655명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학생이 같은 환경 속에서 시험 감독의 감시 하의 시험을 치르는 게 불가능한 만큼 교직원들은 부정행위에 어느 때보다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UBC는 공정성과 학업 정직성을 고려해 프록토리오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일으키는 사생활 침해와 차별 문제를 비롯한 여러 논란으로 인해 학생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의 이와 같은 목소리에 앞으로 UBC는 어떠한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UBC K.I.S.S. 하늬바람 10기 학생 기자단

김은채 인턴기자 kimlin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