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주택 시장이 금리 하락과 매물 증가로 바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BC주의 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식비를 줄이고 부업까지 병행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로얄 르페이지(Royal LePage)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BC주 세입자의 21%는 임대 계약 체결 또는 갱신 전에 주택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이유로는 “다운페이먼트를 모으기
위해”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42%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26%는 “대출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세입자의
절반 이상(53%)은 “언젠가는 집을 사겠다”고 답했으며, 이 중 16%는 2년 이내, 19%는 2~5년
이내에 구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밴쿠버의 렌트 시장은 지난 1년간 뚜렷한 조정을 보였다. Rentals.ca의 5월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의 원베드룸 평균 렌트는 전년 대비 4.8% 하락한 2544달러, 투베드룸은 7.4% 하락한
3358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세입자들은 월세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BC주
세입자의 36%는 순소득의 31~50%를 지출하고 있었고, 절반 이상을 렌트비에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23%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높은 렌트비와 내 집 마련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45%는
식비를 줄였고, 35%는 저축을 중단, 26%는 부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얄 르페이지의 필 소퍼(Soper) CEO는 “많은 세입자들이 주택 구매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철저히 전략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시장 기회가 열린 지금, 현실적인 재무 계획을 세운 이들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세입자 중 26%는 앞으로도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부족한 소득(66%) ▲렌트가 더 경제적(53%) ▲주택 유지 관리에 대한 부담(33%) 등이 꼽혔다.
한편 연방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세금 혜택,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세입자들은 주택난을 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56%) ▲세입자
보호 강화(47%) ▲렌트 상한제 도입(42%)을 꼽았다.
소퍼 CEO는 “캐나다인이 의지하고 있는 주택 자산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집을 많이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맞춤형 임대주택부터
초입 구매자용 주택까지 주택 공급을 전반적으로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도 함께 추진돼야 모두에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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