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캐나다, 이민자 수 옥죈다

     최희수 기자
등록일자 : 2023-11-02 11:29:47    조회수 : 7381




캐나다 정부가 2026년부터 연간 이민 유치 목표를 50만 명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민자의 증가가 캐나다의 집값을 키웠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연방 이민부는 1일 새로운 3개년 이민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3년간 총 148만5000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제시한 계획에 따르면, 캐나다는 2024년에 48만5000명의 이민자를 맞이하고,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50만 명의 이민자를 수용할 방침이다. 또한 2026년부터는 매년 50만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친이민정책을 펴온 캐나다가 이민 목표를 동결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이민부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심화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역사상 전례 없는 이민 유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결정은 캐나다의 주택 공급이 이민자의 증가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캐나다 집값이 폭등했다는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리서치코가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38%가 이민이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 수치는 작년 2월 조사 때보다 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밀러 이민부 장관은 이날 "신규 이민자 수의 안정화를 통해 주거, 인프라,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인구 성장이 적절히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이민 유치 계획으로 인도주의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캐나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적절한 균형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다가오는 2024년에는 연간 이민 목표의 58%에 해당하는 약 28만1135명을 경제 성장과 노동 공급 전략에 중점을 둔 경제 이민 프로그램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또, 2025년에는 이 비율이 연간 목표의 60%에 해당하는 30만125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에 정부는 이날 새롭게 제시된 이민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임시 거주자의 유치 규모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임시 거주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 유학생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캐나다의 유학생 수는 2022년에 80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정부의 당초 목표인 45만 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러한 대거 유입이 캐나다 도시의 임대 주택시장 과열에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지난 9월 숀 프레이저 신임 주택 장관은 캐나다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유학생 비자 발급 상한선(쿼터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유학생 급증으로 주택난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도 "주택난 해결을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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