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paper administration)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을 도외시하고(ignore realities) 환상적 희망만 담은 관료주의적이고 비효율적인(be bureaucratic and ineffective) 조치를 일컫는다. '관료주의'를 뜻하는 'bureaucracy' 자체가 '책상'이라는 의미의 'bureau'에서 파생된 단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 세계 2위 불명예를 안게 된 영국이 엉겁결에(in spite of itself)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고 실행성 없는 계획을 발표해(set forth a preposterously unrealistic and impractical plan) 망신을 당하고 있다(end up with egg on its face).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be admitted to an intensive care unit) 겨우 건강을 되찾은(barely recover his health)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봉쇄 제한을 완화하는(ease the lockdown restrictions) 몇 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한다는(maintain social distancing) 조건 아래 한 가정 기준으로 외부인 한 명에 한해 만남을 허용한다는(permit them to meet with one person from outside their household) 것이다.

가령 네 남매가 각각 독립해 부모와 한집에 살지 않는 경우, 부모는 자식들이 보고 싶더라도 네 명의 딸·아들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미묘하고도 곤란한 결정을 해야 한다(make a delicate and awkward decision). 모두 함께 만날 수 없으니 한 명씩 순위를 매겨야(determine the ranking)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every child is dear to his or her parents) 하는데, 아픈 순서대로 손가락을 꼽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아끼는 자식(favorite child) 순위가 드러난다. 아무리 부모·자식 간이라지만 첫째로 선택되지 않은 자식들은 섭섭함을 느끼기(be disappointed) 마련이다. 맨 마지막 순번을 받은 자식은 "나 어릴 때부터 늘 그랬어" 하며 원망을 품게 된다(harbor a grudge). 그런가 하면 거꾸로 자식이 부모 중 한쪽을 선택해 만나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어린 시절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하며 들었던 짓궂은 질문(mischievous question)에 이제는 정말 대답을 해야 한다.

자식 부부·손주들과 따로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는 더 절박하다(be more desperate). 손자·손녀가 여럿인데, 어느 누구를 먼저 만나겠노라 정할 수가 없다. 설사 모자 속에 이름 쪽지들을 넣고 추첨을 하더라도(pick names out of a hat), 그 손주가 만나러 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어느 할아버지·할머니는 손주들의 선택을 바라며 "원하는 모든 장난감 사줌"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한단다.

친인척뿐 아니라 친구도 한 명씩만 만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절친 순위가 드러나 멀어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이든 친구든, 이쪽에서 선택을 하더라도 저쪽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관계만 불편해진다는(be ill at ease)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웃음 칠(snort with derision) 탁상행정의 결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3/20200513043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