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생들이 심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새로운 보고서가 발표됨에 따라 그 심각성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최근 발표된 캐나다 전국 대학 보건 평가 자료(Canadian national college health assessment)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4만 5000여명의 대학생 중 3분의 2에 가까운 학생들이 ‘극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44.4%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우울증’을, 13%의 학생들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한 청소년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 비영리단체 ‘Jack.org’가 올해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의하면, 정신 질환의 가장 주요한 요인에 대해 81%의 학생이 ‘학업성취에 대한 압박감’을 꼽았고, 54%가 ‘SNS’가 원인이라고 응답했으며, 40%는 ‘재정적 압박’이라고 답했다.

캐나다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및 정서적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여러해동안 꾸준히 그 심각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이에 많은 캐나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 및 정서 관리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은 올해 신입생에게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른바 ‘PASS’ 키트를 제공했다. PASS는 Panic(공황), Anxiety(불안), Stress(스트레스), Support(도움)의 약자로, 해당 키트에는 스트레스 토이(Stress toy)와 수면 안대, 귀마개, 그리고 기분을 나아지게 해줄 간결한 정신 건강 지침서 ‘리마인더(RE+Minder) 카드’가 포함돼있다. 


▲워털루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제공한 ‘PASS’ 키트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는 학생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기존의 평일 오전9시-오후 5시까지 가능했던 상담 서비스를 매일 24시간 운영으로 변경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UBC산타 오노(Ono) 학장은 2017년 밴쿠버 TEDx 토크(TEDx Talk)를 통해 학창 시절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을 고백하며 본인 또한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학장은 “두 번째 자살시도 당시 치료 및 약물요법의 도움을 얻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이러한 스스로의 경험이 학생들의 정서 건강 관리를 UBC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게끔 만들었다”며 해당 프로젝트의 배경을 전했다.

학장은 또한 “내가 실제 겪었던 경험을 밝히는 것을 계기로 학생들이 정신 질환에 대한 수치심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신적 문제를 밝히길 꺼려하고 숨기는 학생의 비율이 높다는 이슈는 Jack.org의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9%의 학생이 ‘자신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어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소속 학부가 알게 되면 본인을 다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은 이같은 통념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학생들이 편하게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학생들로 이루어진 멘티-멘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각 신입생들에게는 2명의 ‘소프(Soph. 2학년생)’가 배정되는데 한명은 신입생과 같은 기숙사에서, 다른 한명은 같은 학부에서 지정되며, 신입생은 본인이 직면한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소프들이 어떤 방식으로 비슷한 난관을 극복했는지 팁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 

해당 대학 학생회 세실리아 리우(Liu) 프로그램 담당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불안감의 정도가 눈에 띄게 정상 수치로 회복된다”며 멘토링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수진 기자 ksj@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