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라면서 기념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8월에는 건국 60주년 기념주화도 발행할 예정이다. 5월 출범한 ‘기념사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현승종 전국무총리,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맡고 있다.

위윈회는 건국60년을 범국가 차원에서 경축하고 올해를 선진일류국가로 출발하는 원년으로 삼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한다. 또 이런 사실을 재외동포들에게도 널리 알려달라며 재외공관에 공문까지 보냈다.

그런데 건국 60주년이라니? 이상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다. 분명히 이것은 아니다. 1948년은 정부수립의 해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알고 있다. 길을 막고 물어보자. 통일신라는 어떻게 되고 고려, 조선, 대한제국, 1919년 수립된 상해 임시정부는 무엇인가? 독립투사들은 ‘나라를 되찾자’고 일제와 싸웠다.

캐나다는 1867년 7월 1일을 건국의 해로 삼아 141주년을 맞았다. 온타리오, 퀘벡, 뉴 브런스윅, 노바스코샤 등 4개 주가 연합해 연방(Confederation)을 결성한 1867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건국이란 단어는 이런 경우에나 쓰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1948년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이 아니라 정식 정부를 수립한 것이다. 대한의 아들딸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 해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부 기구가 출범한 해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역대정권 모두가 30주년 40주년 50주년 ‘정부수립’을 기념해 왔다. ‘정부 수립’과 ‘건국’은 수시로 달라지는 국어 맞춤법이나 ‘당선자’와 ‘당선인’ 같은 용어차이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역사인식이 이 정도라면 우리 민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