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고등학교 매점. 1교시 쉬는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학교 후문 옆 매점에 학생 40여명이 몰려들었다. 매점 앞 창문에 다닥다닥 붙은 학생들은 "아줌마 여기 치즈케이크, 치즈케이크!" "피자빵 얼마예요?"를 외쳤다. 2교시가 끝난 오전 10시 30분에도 매점은 학생 30여명으로 가득 찼다. 한 손에 피자빵을 들고 있던 권혁진(15)군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면서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10시 40분쯤 학생 70여명이 몰려들자 50㎡(약 15평) 남짓한 매점은 순식간에 만원이 됐다. 여기저기서 빵을 사려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빵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친구의 빵을 나눠 먹기도 했다. 크림빵을 먹던 김대호(17)군은 "시험이 한 시간 더 남았는데 배고픈 것을 참을 수 없어 매점에 왔다"고 했다.
아침밥을 거른 아이가 대부분이라 오전에는 수업 능률이 오르지 않을 정도다. 대구 월배중학교 최순영(47) 교사는 "아이들 절반 정도가 아침을 안 먹고 학교에 온다"며 "오전 시간엔 확실히 침울해 수업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아침밥을 안 먹는 아이들은 영양 상태도 균형을 잃는 것은 물론 학교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서울 잠실고 3학년 담임교사인 한기성(52)씨는 "아침을 못 먹은 아이들은 오전 수업에는 집중력을 잃고, 점심시간에 폭식으로 배가 불러 오후에는 엎드려 자기 일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이들이 아침을 안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늦잠을 자기 때문(46.1% 응답)'이다. '습관이 돼서'가 18.8%, '시간이 없어서'가 18.2%, '식욕이 없어서'가 9.8%였다. 늦게까지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고학년이 될수록 아침밥을 안 먹는 비율도 높아진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도 많다.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가계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 아침 결식률이 높았다. 또 일반계 고등학교보다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결식률이 높았다.
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기영 교수는 "학업 능률 측면뿐 아니라 영양 측면에서도 청소년기의 아침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