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210만명 아이마라族 문자로… 찌아찌아族보다 인구 34배
  남미 볼리비아의 원주민 아이마라(Aymara) 부족에게 본격적으로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아이마라족은 210여만명에 달해 2009년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정한 첫 사례인 인도네시아 원주민 찌아찌아족(6만명)보다 34배나 많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최근 볼리비아의 투팍 카타리 아이마라 인디언대학(Universidad Indigena Bolivianno-Aymara Tupak Katari)과 한글 보급 사업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아이마라족에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고, 최종적인 목표는 아이마라족이 찌아찌아족처럼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인구의 55%(508만여명)를 차지하는 36개 원주민 인디언 부족들은 고유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로 발음을 표기하지만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밝혔다.

 
▲ 원주민 한글에 관심 지난해 볼리비아대사관이 개최한 한글 교육 종강 기념식장에 한글 자음과 모음이 적힌 안내판 주변으로 아이마라 원주민들이 모여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2일 볼리비아 국민 중 아이마라어(語)를 쓰는 210만명에게 앞으로 한글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김홍락 전 볼리비아대사 제공
이번 한글 표기 사업 대상이 되는 아이마라족은 페루 남부와 티티카카호수 주변 등에 거주하며, 께추어 부족(250여만명)에 이어 둘째로 큰 부족이다. 현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완카 외교부 장관도 이 부족 출신이다.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을 가장 먼저 알렸던 사람은 김홍락 전 볼리비아대사였다. 김 전 대사는 작년 6월부터 볼리비아 라파스주 아차치칼라 공동체 원주민 100여명에게 매주 두 시간씩 한글을 가르쳤다. 김 전 대사는 "학생들이 수업 두 시간 만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게 되면서 '한글은 쉽고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직접 한글 교재를 만들어 썼지만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서울대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1차 아이마라어 음소(音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마라어는 자음이 ㄱ, ㅋ, ㄲ처럼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로 나뉘는 등 한글 표기에 적합하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김창민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장은 "아이마라어는 한글과 달리 모음의 수가 적다"며 "ㅏ, ㅜ, ㅣ가 주로 사용되고 ㅗ, ㅔ 정도만 쓰여 모음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지 사정에 맞추기 위해 '아래 아'나 '된이응' 등을 부활시키거나 모음과 자음을 합쳐서 쓰지 않고 영어 알파벳처럼 나란히 이어서 쓰는 방법 등도 검토 중이다.

연구소 측은 이르면 내년부터 현지 언어 전문가를 초청, 한글을 배우도록 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지에 한국문화원을 설치하는 계획도 추진키로 했다. 김 소장은 "볼리비아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에 호의적"이라며 "앞으로 문자가 없는 여러 남미 원주민에게도 한글을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아이마라족이 사용하는 한글 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