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는 청소년들원인과 해결책은?
의욕 없는 아이들, 정신적 황폐 '심각' 가정·학교·사회가 자립 방해하기 때문
폭력성향 방치하면 자해·자살로 이어져 선택권 주고 대화로 친밀감 형성해야

 

진료실에서 만난 이나미(50·이나미 라이프코칭 대표) 박사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이야기부터 꺼냈다. "가해자들은 모두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습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이 박사는 "이 사건은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 황폐를 반증하는 예"라고 말했다.

◆10년 전보다 품행장애 양상 심각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반항장애, 틱장애 같은 전문 용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그만큼 다양한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를 겪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7년 서울시 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100명 중 5명은 ADHD를, 중학생 100명 중 3명은 우울증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요즘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중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 또하나는 품행장애 양상이 과격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피를 주사기로 뽑거나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끔직한 자해 행동이 늘고 있어요. 인터넷 자살 카페나 자해 동호회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해 기구를 공동 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요."

정신질환 초기 단계에서는 부모나 교사에게 폭력적인 언어나 행동을 가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해나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등 변화 양상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의욕상실 증후군,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와 유사한 사회적 상호 교류의 장애)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일에 대한 의욕과 동기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에요." 이 박사는 그 원인을 "가정, 학교, 사회가 아이들을 스스로 서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덕적 훈육이 배제된 교육 커리큘럼과 과도한 경쟁심리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 질환을 양산하는 것이지요."

실제 병원을 찾는 청소년 환자들 중에는 고학력·고소득 부모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고학년·고소득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마련이에요. 반면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보니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는 힘들죠."

◆아이에게 친구처럼 다가가야

두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한 이 박사는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낼 것을 주문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의 학교에 자주 갈 수 없었다는 그는 대신 아이들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진로상담, 고민상담을 해주곤 했다.

또한 그는 자녀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환자를 치료할 때는 부모님도 함께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고 한발 뒤로 물러났을 때 아이들이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곤 하죠."

이 박사는 청소년기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눠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자녀와의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의 기분이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소재로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아이 스스로 부모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