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도정일 대학장이 말하는 '청소년 인성교육'
경쟁에 지친 요즘 아이들더불어 사는 능력 부족자발적 독서 습관 들이면인성교육 저절로 된다

 

"당신의 자녀는 '인간'을 이해하고 있습니까?"

도정일(70세·경희대 명예교수)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은 처음부터 직구를 던졌다. "자녀의 인성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을 꺼내자 곧바로 핵심을 찌르고 들어왔다.

' 대학 교양교육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 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수장은 거침없는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가끔씩 던지는 직설적인 단어에는 듣는 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도 교수는 시종일관 "교육의 본질은 인간다운 인간을 키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성교육? 공감의 능력을 키워라!

"맹자가 말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실천을 못할까요?"

도 교수는 "경쟁이 삶이 되어 버린 시대에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 경쟁, 1등 지상주의를 버무려놓은 비빔밥만 먹고 자란 아이들이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도 교수는 "탁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지만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의 절대가치는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도 교수는 이를 위해 예술, 체육,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 장은주 객원 기자

 

음악, 미술은 감성의 원초적인 영역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연습이 가능하다.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규칙과 협력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봉사활동 등 사회 참여를 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과 타인, 나아가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들, 정신차리세요"

어린이들에게 위인전은 필독서다. 위대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선악(善惡)과 시비(是非)에 대한 기준을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도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독서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책을 읽어야죠. 읽게 해야죠. 하지만 우리는 안 합니다. 왜일까요?"

도 교수는 학부모들이 입시 이외의 활동에 시간 투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학부모가 소설을 읽도록 권유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 대학에 보내줄거냐?'면서 멱살을 잡았던 일도 있었지요."

독서교육이 왜곡되는 것도 문제다. 자발적이고 즐거워야 할 독서가 입시를 위한 독서로 변질되고 있다. "부담을 갖고 책을 펼쳐들면 백 리 밖으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일 것"이라는 게 도 교수의 설명이다.

도 교수는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제도적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자녀가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나기 위해서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를 유도하라

"대학교 3~4학년 학생들의 교양과목, 특히 인문학 과목 수강률이 높습니다. '내 삶을 가치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하는 생각들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도 교수는 강의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 기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 달려온 학생들은 정작 대학에 들어와서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철학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다. 도 교수는 청소년들이 접하는 매체들이 지면에서 모니터로 옮겨가면서 깊이 있는 독서가 부족해진 것도 한몫 했다고 꼬집었다.

도 교수는 대안으로 독서와 철학적 사유를 제안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같은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인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죠. 인간을 이해하고(인문학), 세계를 이해해야(사회과학) 책임 있는 시민, 세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