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경찰이라면 다소 험난한 관문을 예상하고 지레 포기하는 이들이 많지만 신체 건강하고 정의감이 투철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게 현직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지난 10일 그랜빌 석세스에서 치뤄진 RCMP 설명회에서는 써리 왓슨 지역에서 활동하는 안로이·김종선 경찰관이 예비 경찰들에게 생생한 직무 경험담과 조언을 전했다. 설명회를 통해 경찰이 되기 위한 자격 조건부터 정식 임관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 RCMP란 

연방정부 산하에 있는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는 캐나다의 국립 경찰 서비스로서 대부분의 주와 도시의 관할 경찰 임무를 수행하며, 국가 차원에서 법 집행, 수사 및 정보 수집을 담당한다. 

주립경찰이 주둔해 있는 퀘벡과 온타리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연방경찰인 RCMP가 관장하고 있으며, 각 도시의 치안업무와 교통안전, 사건·사고 업무 등을 수행한다.

광역 밴쿠버의 경우는 코퀴틀람, 버나비, 써리, 노스 밴쿠버 등 지역이 RCMP의 관할아래 운용되고 있지만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있는 밴쿠버시, 웨스트 밴쿠버, 델타 등 지역의 시경(City Police)과는 관할 업무를 달리한다. 

◆ RCMP 자격 요건  

RCMP에 지원하려면 캐나다에서 연속적으로 10년 이상 거주한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로, 최소 19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장과 유효한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 영어 혹은 불어 구사에 능통한 자여야 응시가 가능하다(참고로, 시경찰은 2년제 이상 대학학위가 필요하다)

아울러 전과가 있거나 과거에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 이들은 지원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음주운전과 마약, 폭행 등 기록이 있는 경우는 응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문신과 피어싱같은 경우에는 과거에 응시가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어느정도 수용이 가능하다. 단, 범위가 넓거나 눈에 띄는 곳에 했을 경우에는 지원자격에서 제외된다. 

◆ RCMP 지원 과정

시력과 청력 검사를 받은 의료 서류와 함께 온라인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RCMP 입학 필기 시험, 양식 기입 등 절차가 이루어진다. 

필기시험에는 2시간 동안 어휘와 수학 등 5가지 영역이 다뤄지며, 총 5점 가운데 3.2점을 넘으면 통과된다. 다만 필기시험은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장을 소지할 경우에는 면제가 가능하다. 

마지막 단계인 지원 양식은 지난 10년간의 주소와 학력/이력 정보 및 추천서 등을 기입하는 순서다. 이 3단계까지 모든 서류 전형을 통과한 응시생들은 적성검사를 포함한 정직성 테스트(polygraph)를 치루게 된다. 

정직성 테스트는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약 4시간 가량 진행된다. 인터뷰의 경우는 생략되거나 전화 인터뷰로 대체될 수 있다. 

테스트를 통과한 응시생들에 한해 신용조회 및 추천인 확인, 신체검사 등의 단계를 거치면 RCMP 생도 선발이 이뤄진다. 이 모든 응시 과정은 훈련소 입소 전까지 약 12-14개월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 

◆ 훈련소 입성 및 절차

응시에 선발된 생도들은 서스캐처원주 리자이나 소재 훈련시설(Depot)에서 6개월간의 훈련을 받는다.

생도들은 입소하자마자 훈련소에서 첫 체력 테스트를 치뤄야 하며,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체력 테스트는 계단 오르내리기, 담넘기 등 여러 항목을 제한시간 4분 30초 내에 완수할 수 있는 지를 평가한다. 체력장은 훈련 기간 중 총 세 차례 진행된다. 

생도들은 또한 훈련 기간 동안 30명씩 무리(troop)을 지어 단체 생활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생도들은 매일 아침 5시 반에 기상해 밤 11시에 취침하며, 학과 수업을 비롯해 제식훈련과 사격수업, 방어훈련 등 자세한 경찰 실무를 배우게 된다. 

특정 시기마다 운전시험과 체력시험 및 필기시험도 시행된다. 특히 필기시험은 훈련 중간과 마지막에 총 2번 치뤄지며, 캐나다 헌법이나 경찰들이 다루는 상황 시나리오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든 생도들에게는 훈련 기간 중 일주일에 한번 씩 봉급($525)도 지급된다. 약 26주 간의 훈련을 낙오없이 마친 생도들은 정식 경관으로 임관된다. 

◆ 훈련소 졸업 후 근무 발령

훈련을 마치고 정식 임관된 생도들은 4급(4th class) 경관으로 채용되어 근무지 발령을 받는다. 이 경우 첫 4~5년간은 지역파견 근무로서 지정된 곳에서 의무적으로 경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보통은 임관 전 1순위부터 5순위까지 희망 근무지를 신청할 수 있으나 원하는 곳에 배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 

근무지는 대부분 큰 도시로 발령되지만 일부 소도시로 배정되거나 출신지에서 먼 곳에서 근무하게 되기도 한다. 

다만 최근 BC주와 매니토바의 경우에는 가족 부양 등의 일부 사유에 한해 희망 근무지 재신청 시 수용이 자유로워진 편이다. 

한편, 큰 도시에서는 치안 및 경찰 서비스가 24시간 근무제로 운영된다. 때문에 대부분 4일 근무 및 4일 휴무로 교대근무를 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은 도시의 경우는 24시간 근무는 아니지만 서비스 스케줄이 보다 늘어난다. 소도시 발령 경관들은 보통 6일 근무 & 2일 휴무 체제로 일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휴무를 길게 보낼 수도 있다. 다만 한밤 중에도 비상시를 위해 ‘온콜(On call)’에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밴조선의 교육 세미나 <캐나다 경찰의 모든 것··· 이렇게 준비하자!> 2편에서는 RCMP의 연봉 및 혜택, ERT 채용 조건, 진급 요소 등에 대해 다뤄집니다.  


<▲ 지난 10일 RCMP 설명회에 참석한 김종선(왼쪽), 안로이(오른쪽) 경관. 이들은 현재 써리 왓슨지역에서 마약 관련 업무를 도맡고 있다. 사진 = 최희수 기자>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