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한국에서 온 한 고등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질문을 받은 ‘IT업계의 전설’은 웃으며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겁니다. 과학과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어요.”

이날 빌 게이츠와 45분간의 만남을 가진 한국인 학생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서울 세종 고등학교 신주환(18)군. 그는 과학고 진학 직후인 작년 4월 백혈병 선고를 받은 뒤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신군이 1년 전,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빌 게이츠를 만나고 싶다”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소원을 말했던 일이 계기가 됐다.

신군은 빌 게이츠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성공의 과실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군 자신도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이 꿈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1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성사됐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빌 게이츠와의 짧은 대화를 끝내고 나온 신군은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었다.

신군은 “빌 게이츠의 마지막 말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었다”고 했다.

“대학진학에 대한 고민까지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해줬다”라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신군은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꼭 병과 싸워 이겨내겠습니다. 반드시 이겨내 빌 게이츠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이 될 거에요.”

 

▲ 지난 19일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빌 게이츠를 45분간 면담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세종과학고 2학년생 신주환(18)군. /제공=소원성취 전문기관 메이크어위시재단 한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