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문(不問)’을 들어 보셨습니까? 금액불문, 금리불문, 기간불문 즉, 액수가 얼마든, 이자율이 얼마든, 만기가 언제까지든 묻지 않고 무조건 대출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울 때면 자주 듣던 말입니다.  대출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높은 금리로라도 자금융통이 안 되면 곧 부도가 나는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 ‘3불문’이 캐나다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금리가 20%가 넘었던 시절은 있었습니다.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1년, 은행의 기준금리인 프라임금리가 22.75%를 기록했고 1990년에는 14.5%까지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금리가 여러번 올랐다고는 하지만 5.25%인 현재의 금리는 과거 평균 6~7%와 비교하면 여전히 싸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금리가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대출을 새로 받거나 연장할 때마다 고민이 생깁니다. 변동금리로 할지 고정금리로 할지, 고정금리라면 5년정도 장기로 묶어 두는 것이 좋을지 단기로 연장해 가는 것이 좋을지 하는 고민입니다. 캐나다 모기지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정금리 사용비율이 변동금리에 비해 세배 이상 많고, 무려 62%가 5년 고정금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선호되고 있는 것처럼 변동보다 고정이 좋고 단기보다 장기가 좋을까요? 흥미롭게도 분석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즉, 지난 과거를 분석해보면 고정보다는 변동이, 장기보다는 단기가 더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내려갈 때는 당연히 변동금리가 유리하겠지만 금리가 올라 갈 때는 고정금리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1993년부터 현재까지의 금리를 비교해 보면 거의 언제나 5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보통 1.5~2%이기 때문에 금리할인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변동금리가 명백히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변동금리 선호비율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2003년도에는 대출고객의 19%가 변동금리를 선택했지만 2005년도 상반기에는 그 비율이 38%로 급증했습니다.

한편, 고정금리를 선택한다면 단기든 장기든 금리 고정기간을 결정해야 합니다. 앞에서 본 결과는 단기가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1년 고정금리는 5년 고정금리에 비해 보통 1~1.5%정도 낮았다고 합니다. 사실 은행은 단기보다 장기로 고정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장기가 그동안 더 이익이었다는 측면도 있을테고 추가비용 없이 장기간 고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금융산업이 성숙되어 있는 선진국일수록 은행 간의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합니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기 보다는 은행 간에 고객이동이 많다 보니 가능하면 장기로 묶어 두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출을 새로 받거나 연장할 때, 고민할 것도 없이 장기보다는 단기를, 고정보다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될까요? 과거 통계가 미래에도 적용 된다면 간단하겠지만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변동금리는 급격한 금리상승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고 단기 역시 장기에 비해 금리변동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답이 있다기 보다는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최종 결정 될 문제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TD은행의 금년도 금리전망은 상반기에 조금 더  올랐다가 연말에는 다시 약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현재 1년과 5년의 모기지 금리 차이가 0.5%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과거 어느때보다 적은 것입니다. 이것은 금리가 단기간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별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 Financial Industry Research Monitor(FIRM) survey, March and June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