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시 근로자 프로그램(TFW)의 존폐를 둘러싸고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 보수당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에 이어 데이비드 이비 BC주 수상도 TFW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논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비 수상은 지난 5일 여름 휴가 후 첫 공식 일정에서 “임시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폐지하거나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BC주 청년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유학생 비자 프로그램과 TFW 프로그램 모두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폴리에브 대표도 TFW를 “임금 억제와 기회 박탈 프로그램”이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농업 분야 전용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NDP 소속 주수상으로서 폴리에브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낸 이비 수상의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언은 BC주 내 TFW 승인 건수가 캐나다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최근 통계와 맞물려 주목된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BC주에서 승인된 TFW 직급은 약 1만1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감소했다. 반면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20.5% 감소에 그쳤다.
이비 수상은 화요일 버나비 상공회의소 행사에서도 LMIA(노동시장 영향평가)가 부정하게 판매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밴쿠버 스타벅스 매장과 리치몬드 보스턴 피자 매장이 관리자 채용에 TFW를 이용하려 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TFW 프로그램은 캐나다 내 적합한 인력이 없을 때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관리직과 같이 현지 인력이 충분히 지원 가능한 직급을 대상으로 한 채용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비 수상은 “이 업체들이 관리자 직급에 BC 주민을 채용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며 프로그램 폐지 또는 개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NDP 소속이었던 카트리나 첸 전 BC 장관은 “분노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화요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비의 발언은 정부가 불충분한 서비스 뒤에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잘못된 정책의 사례”라며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는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BC 녹색당도 이비 수상을 비판했다. 제레미 발레리오트 임시 대표는 “임시 근로자를 프로그램 남용의 책임으로 몰아서는 안 되며, 프로그램을 악용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니치 노스 앤 아일랜드 지역구 MLA 롭 보터렐 의원도 “농업, 요식업, 서비스업 등에서 BC 경제를 지탱해온 이민자를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TFW 프로그램의 운영상의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업계, 시민사회 사이의 이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책 결정이 BC주의 청년 실업, 농업·요식업 등 핵심 산업, 그리고 이민자 노동자들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