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임시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TFW)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수당은 청년·근로자 보호를 내세워 프로그램 종료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이주노동자 권리 단체는 이를 반대하며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에르 폴리에브 연방 보수당 대표는 3일 성명을 통해 “청년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즉시 신규 TFW 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임금 억제와 기회 박탈을 초래하는 이 프로그램을 종료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촉구는 TFW 프로그램이 지역 임금 상승에 제한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제기됐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올해 캐나다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8만2000명의 신규 외국인 근로자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정부는 프로그램 제한 방안을 발표하며, 실업률이 6% 이상인 지역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저임금 직종은 해당 직종이 위치한 주의 중간 시급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직종을 말한다. 현재 고용주별 저임금 TFW 비율은 전체 직원의 10%로 제한됐고, 최대 근로 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폴리에브는 캐나다 청년 실업률이 팬데믹을 제외하고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2026년까지 임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을 전체 인구의 6.5%에서 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학생 허가 수도 48만5000건에서 43만7000건으로 줄일 계획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임시 체류자 수는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약 44만5000명 감소한 뒤, 2027년에는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연방 이민부(IRCC)는 TFW 프로그램이 노동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캐나다 국민이나 영주권자가 채용될 수 없는 경우 외국인을 임시로 고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IRCC는 “이 프로그램은 노동력 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필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며 일부 보수당 주장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폴리에브의 발표 직후, 마크 카니 총리도 TFW 프로그램이 캐나다 경제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카니는 “프로그램과 전체 이민 시스템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조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측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이주노동자 권리 단체 ‘Migrant Workers Alliance for Change(MWAC)’은 폴리에브가 외국인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예드 후산 MWAC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착취를 막고 캐나다에 정착할 기회를 제공하려면, 모든 이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TFW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캐나다 내 노동시장과 청년 일자리, 이민 정책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보여준다. 폴리에브의 종료 요구와 정부·권리단체의 필요성 강조가 충돌하는 가운데, 향후 정책 변화가 실제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계속 주목될 전망이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