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치매의 초기증상 10가지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최종수정: 2021-11-02 09:18

[김기훈의 天地人] 김시효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②/③

1편에서 이어지는 글


‘치매 명의’ 김시효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과의 대화는 그의 암 투병 이야기를 넘어 그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임상 진료한 치매의 치료와 예방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의사와 한의사를 겸하다

―의사가 의원과 한의원을 동시에 개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언제부터 동시 진료했나?

“1988년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개업을 했다. 이후 2000년에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한의사 과정도 마쳤는데, 당시 법으로는 의사나 한의사 중 하나만 개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양의 쪽으로 계속 진료를 했다. 2002년에 의사와 한의사를 동시에 개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그 때부터 의사와 한의사 진료를 동시에 하고 있다.”

양방 전문의인 김시효 원장이 한의학을 공부한 경희대 한의과대학./경희대
양방 전문의인 김시효 원장이 한의학을 공부한 경희대 한의과대학./경희대

―치매 진료를 전담하게 된 계기는?

“한 10년이 넘은 것 같다. 2002년부터 의사와 한의사로 동시에 진료를 하다 보니 의학적 난치병에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를 내는 임상 경험을 여러차례 했다. 그러다가 5세 때부터 내 병원에 다니던 23세 청년이 2010년 쯤에 찾아왔다. 군 제대를 한 뒤 큰 대학병원 2곳에서 70대 노인의 뇌라고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자 한약을 써보기 위해 나를 찾아 왔다고 했다. 2년 정도 치료한 이후에 거의 완치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91세 할아버지 환자가 있었다. 걷지도 못하고 누워 있고, 대소변도 못가리고, 밥도 떠먹여 주고, 헛것을 보고, 잠도 자지 않았는데, 11개월 치료를 받자 제반 증상이 호전되어 본인이 직접 걸어서 병원에 왔다. 이런 치료 과정을 통해 나는 뇌 세포의 재생은 불가능하지만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의 활력을 회복하는 재활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원장이 이어 치매에 걸렸던 장모 이야기를 꺼냈다.

“그 즈음에 장모님이 치매로 아산병원에서 3년간 약을 타서 드시고 있었다. 그런데 급속하게 상태가 나빠져서 혼자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집으로 모시고 와 한의학적 연구와 치료를 적극적으로 했다. 이후 이사 온 동네 노인정 할머니들에게 평양만두 만드는 법을 가르칠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이렇게 우연히 치매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다 보니 치매 진료를 전문으로 하게 됐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

치매에 관해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치매가 왜 무서운가?

“치매는 쉽게 이야기하면 정신이 나가는 병이다. 치매의 영어 단어 dementia는 라틴어 de(~로부터 나간)+mens(정신)+ia(상태)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정신이 나가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신의 인생길을 알지 못하고 잠시도 자신의 인생길을 제대로 운전할 수 없다.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도 없게 되고 주변의 사람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삶도 피폐하게 만든다.

비유하자면 만취로 정신이 나간 사람이 인생길을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인은 제대로 운전을 못해서 자기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옆에서 간병하는 사람은 사고가 안나도록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으니 인생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다 그래’ ‘설마 내가 치매가 되겠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치매의 온상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치매가 되어 우리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치명적으로 파괴한다.”


―치매는 진단도 치료도 어렵다고 하는데.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너무 늦게 발견된다. 현대 의학은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병으로 진단한다. 예를 들어 MRI(자기공명영상)나 인지기능 검사를 통해 이상이 발견되어야 치매로 진단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치매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대표적인 치매인 알츠하이머의 경우를 예로 들어 말하자면 알츠하이머치매 진행 7단계 중 4단계로 진행된 상태이다. 치매라고 진단을 받으면 많은 뇌세포가 이미 죽었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좀비 상태이다. 더구나 MRI 촬영을 하면 죽은 세포 집단은 위축된 상태로 화면에 나타나지만 좀비세포 집단은 정상세포 집단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매의 진단이 어렵다.

둘째,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는 남아 있는 뇌세포가 약해져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악화된다. 수학적으로 보면 시간의 세제곱분의 1의 속도로 나빠진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뇌세포는 신체의 다른 세포와 달리 대부분 재생이 안 된다. 우리 몸의 세포 대부분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위장의 점막 세포는 2~3일, 적혈구는 120일, 백혈구는 10시간이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뇌세포 수명은 12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물갈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매가 무서운 병이다.”

치매는 왜 생길까?

―치매의 원인은?

“원인은 치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치매는 뇌세포가 약해지는 병이다. 뇌세포가 약해지고 부서진 것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예컨대 알츠하이머치매의 발생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활성산소의 산화작용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앙금이 뇌세포 바깥에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타우단백이 주성분인 세포 내 찌꺼기가 발생한다. 베타아밀로이드 앙금과 타우단백 찌꺼기가 뇌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 진행을 촉진시킨다.

혈관 치매는 심혈관 질환이 원인이 된다. 대사증후군을 잘 관리하지 못했을 경우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고 뇌졸중이 일어나면서 뇌세포가 약해지고 치매로 진행된다. 대사증후군은 혈당이 높아지면서 비만, 고혈당,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루이바디 파킨슨 치매는 세포 안에 루이바디라는 덩어리가 생기면서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

“치매는 뇌가 나빠진 병이다. 뇌가 나빠지는 것은 뇌세포가 죽거나 약해지기 때문이다. 뇌세포를 집으로 비유해 보자. 예컨대 집이 부서지는 이유를 보면 나쁜 자재로 지은 집은 빨리 부서진다. 이처럼 유전병이 있으면 빨리 나빠진다. 좋은 자재로 지었다고 해도 비바람과 지진 등 환경 요인도 원인이 된다. 영양부족, 술, 담배, 머리에 충격을 받는 것 등이 뇌에 나쁜 환경이 된다.

사람이 안 살아도, 험하게 써도 집이 잘 망가진다. 머리를 안 쓰는 것과, 운동이나 움직임이 적은 것은 사람이 안 사는 것과 같다.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집을 험하게 쓰는 것과 같다. 또 생활하다 보면 활성산소가 생기는데 이것을 휴식을 통해 중화시키지 못하면 치매로 연결되기 쉽다. 수면이 부족해도 뇌가 힘들게 된다.”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을 제거하면 치매가 많이 호전되나?

“알츠하이머치매가 진행되는 도중에 뇌세포 바깥에는 베타아밀로이드 앙금이, 뇌세포 내에는 타우단백 찌꺼기가 쌓인다. 둘 다 치매 진행의 악화요인이 된다. 집이 부서져서 마당에 생활쓰레기가 쌓이는 것이 베타아밀로이드이고, 집안에 생활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이 타오단백이 주성분인 세포 내 찌꺼기이다.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약은 개발되었지만 이 약을 써서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도 치매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미 뇌세포가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타오단백을 없애도 베타아밀로이드보다 효과는 있겠지만, 부서진 집이 다시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타오단백이 생기지 않으려면 아예 생활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치매가 진행되는 동안 뇌세포 밖에는 찌꺼기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서 치매 진행을 촉진한다. 사진 오른쪽 위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보인다./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알츠하이머치매가 진행되는 동안 뇌세포 밖에는 찌꺼기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서 치매 진행을 촉진한다. 사진 오른쪽 위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보인다./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어떤 종류의 치매가 가장 많나?

“알츠하이머치매가 전체 치매의 60~70%로 가장 많다. 이어 혈관 치매가 15~20% 정도이다. 혈관이 병들어 생긴다. 루이바디 파킨슨 치매가 15~20% 정도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치매와 다른 치매가 같이 있는 경우도 많다.”

치매의 전조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쉽게 말하면 예전보다 뚜렷하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면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치매에 걸리면 특히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고 다른 인지기능도 많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를 의심해 볼만한 증상은 대략 이렇다.

첫째, 기억력이 떨어진다. 오래된 옛날 일은 저장이 되어 있어 잘 기억해 낸다. 그러나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지 않아 방금 했던 웬만큼 중요한 일도, 최근에 경험한 아주 중요한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력에 장애가 생기면 본인이 먼저 자주 깜빡거린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경우, 물건이나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는 경우, 기억나지 않아 오리발 내미는 것처럼 완강히 부정하는 경우, 전화를 받고도 전화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경우에는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둘째, 지남력이 떨어진다. 즉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떨어진다. 여름에 겨울철 옷을 입거나 저녁이 됐는데도 점심밥을 아직 안먹고 있다던가 하는 식이다. 길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치매가 되면 늘 다니던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셋째, 시공간 능력이 떨어진다. 즉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인 속도감이 떨어진다. 발을 헛디뎌 잘 넘어진다. 차를 몰고 가다가 신호등을 보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냥 간다던지, 신호등의 빨간 불이 깜빡거리는데도 마구 건너는 경우는 시공간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교통신호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빨간불에도 차를 몰거나 건널목을 건너면 치매 여부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교통신호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빨간불에도 차를 몰거나 건널목을 건너면 치매 여부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숫자와 경제적 관념이 떨어진다.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온다. 효도 관광을 가서 매일 똑같은 것을 사오는 사람 가운데 잘못 사왔다는 것을 알면 경도인지장애이고, 잘못 사왔다는 것을 설명해도 못 알아 들으면 치매이다.

다섯째, 언어능력이 떨어진다. 자주 쓰던 단어도 안 떠올라 더듬거린다. 또 이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청력에 문제가 없어도 TV를 볼 때에 잘 이해가 안 돼 음량을 키운다. 이야기 전개를 이해하지 못하니 드라마보다는 간단한 오락 프로그램을 주로 보게 된다.

여섯째, 성격이 변한다. 참을성이 줄어들고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 화가 많아지고 성질이 나빠진다. 남의 눈치를 살피지 못하고 남부끄러운 행동을 한다. 의욕이 없어지고, 무덤덤해지고, 귀찮아지고, 방에만 처박혀 있으려고 한다.

일곱째, 늘 해오던 익숙한 일도 어려워진다. 조리 있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집을 정리하지 못해 집이 지저분해질 수 있다. 음식맛이 심하게 짜지거나 음식을 준비하기 어려워한다.

여덟째, 노인성 우울증이 심해진 경우이다. 노인성 우울증은 경도인지장애이고, 심해지면 치매이다.

아홉째, 안자던 낮잠을 많이 자거나, 잠꼬대를 많이 하거나, 몸부림을 많이 치거나, 헛것을 많이 보면 루이바디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루이바디치매가 오기 전에 낮잠이 느는 경우가 많다. 헛것이 자주 보이면 루이바디치매가 시작되었을 수 있다.

열번째, 행동이 굼떠지고 뒤뚱거리는 것도 치매의 전단계로 의심해봐야 한다. 행동이 예전보다 못해지면 치매 검사를 해봐야 하고 병원에서 치매가 아니라고 해도 경도인지장애나 주관적인지장애일 수 있으므로 뇌세포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이 나쁘면 치매 걸린다

―치매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나이가 많을수록 걸리기 쉽다. 유전병이 있으면 65세 이전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아포지단백E4′ 유전인자를 갖고 있으면 65세가 넘어 치매가 될 확률이 높다. 남자보다 여자가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다.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을 쓰는 경우, 소염제를 많이 쓰는 경우에는 치매가 되기 쉽거나 반대로 예방이 된다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생활 환경과 습관의 문제도 있다. 공해가 많거나 산소가 부족한 곳에 살면 좋지 않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 술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비사교적인 사람, 음식을 불균형하게 먹는 사람, 수면이 부족한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정신적 충격이 많은 사람, 대사증후군을 조절하지 않는 사람, 알루미늄이 많은 제산제를 장기복용하는 사람, 머리가 유독 작은 사람도 치매가 되기 쉽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교육 수준이 낮으면 치매가 되기 쉽다. 출생시 신경원세포 1개당 1만5000개의 시냅스가 있는데, 자극을 받지 못하면 사라지게 된다. 태어나서 1년 내에 절반 가까이 없어진다. 시냅스의 활성화 작업은 6세 이전에 대부분 끝나고, 고차적인 기능도 12~13세에 끝난다. 그 때까지 교육을 받아서 시냅스를 많이 만들어 놓은 사람은 시냅스가 많고 계속 사용하므로 오래 유지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도 치매의 원인이 되나?

“그렇다! 심한 스트레스는 뇌를 약하게 만든다. 스트레스가 장단기적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이유는 많다. 스트레스를 한의학적으로 말하면 기가 체했다는 뜻으로 기체라고 한다. 기체(氣滯)에서 습(濕)으로 담(痰)으로 열(熱)로 풍(風)으로 변화된 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

치매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치매는 치료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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