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AKCSE Publication에서는 매주, UBC Science/Engineering 관련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UBC Science/Engineering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하신 학생분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통해 보다 더 생생한 UBC의 삶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매주 다양한 Science/Engineering 전공자를 만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그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는 현재 정신과 레지던트 2년차이신 성제헌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St. Paul Hospital 정신과 레지던트 2년차 성제헌 (Jay Sung) 이라고 합니다.
UBC 재학하실 때 어떤 것을 전공하셨으며, 전공이 의대 준비에 어떤 도움이 되었었나요?
저는 Cell Biology & Genetics를 전공했습니다. 사실 의대는 1,2 학년 때 필요한 필수과목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공이 의대 입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해부학, 생물학, 유전학 등이 의대 입학 후 배울 공부를 미리 접해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시절 어떠한 봉사활동이나 Extracurricular activities 을 하셨나요? 그것들에 대한 팁이 있나요?
병원과 양로원, 다수의 대학 동아리, 사회단체, 해외 의료봉사 등 최대한 많은 봉사활동을 하였고, 그 안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분야와 역할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 때 단기적으로 하는 봉사활동 보다는 장기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의대는 성적만 좋은 사람을 원하는 것 보다는 지원자의 리더쉽, 팀워크, 자율성, 의사소통 능력, 성취도 등 다양한 면을 보기에 공부시간 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원자 본인이 어떠한 능력이 있는 지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다리를 다쳤었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약 2년간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때 제가 의학적 지식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의대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한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시기에 의료 시스템을 접해보고 환자들의 심경을 알게 된 점 역시 의사가 되는 꿈에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의대 입학을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셨나요?
저는 성적관리와 MCAT 준비, 그리고 봉사활동들을 했습니다. 매 학기마다 5과목씩 수업을 들었고, MCAT은 학원에 등록하여 준비를 했습니다. 학원이 비용 면에서는 부담이 되지만 아무래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추어서 준비하는 것이 저에게는 시간적으로 가장 효과적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외에 좋은 인맥을 쌓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를 잘 알면서 영향력 있는 분에게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을뿐더러 훗날 레지던트에 지원할 때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병원 부서들 중에서 정신과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대를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정신과 전공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리를 다치면서 의대를 꿈꾸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 영향으로 가장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 Vascular surgery(혈관외과)를 전공하고 싶어 했었습니다. 하지만 의대 재학 중, 친한 친구가 저에게는 정신과가 잘 맞을 거 같다고 제안을 하였고 진지하게 고려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성격이 정신과와 부합된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정신과로 결정하였습니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주로 8시에서 8시 반에 출근을 하여 회진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교수님마다 일하시는 방식이 다르기에 조금의 차이는 있습니다. 오전에 회진을 다 하고 오후에 차트를 작성하는 교수님이 있는가 하면 환자 한 분 한 분을 보실 때마다 차트를 정리하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또, 당직을 하게 되면 퇴근 시간이 많이 달라지지만 보통은 5시쯤 퇴근을 합니다.
정신과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심리적 부담이 많이 생기실 텐데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우선, 다른 과와 달리 정신과는 환자의 감정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육체적으로 고단한 것보다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환자분을 치료하면서 저의 자아와 환자 자아 총 두 개의 자아를 감당하다 보니 감정소모가 꽤 큽니다. 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많이 해소합니다. 또한 아직 완전한 전문의가 아니고 레지던트이다 보니 혼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 같은 경우는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에 이 분들의 방식을 보고 배우는 것 역시 부담을 더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면서 어떤 증상의 환자들을 주로 보시나요? 제일 힘들다고 느끼셨을 땐 언제였나요?
우울증(Depression), 조울증 (Bipolar), 혹은 조현병/정신분열증 (Psychosis) 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을 보거나, 마약으로 인한 정신질환들을 주로 봅니다. 이 분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할뿐더러 무례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분들과 대화를 해나감으로써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환자분들이 비협조적이실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처하는 것도 제 일의 일부이기에 차분하게 환자들을 도와드리려고 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정신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일을 하시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시나요?
의대에서 많은 의학 분과들을 공부했지만 예전부터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였기에 정신과가 저의 적성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신과에선 주로 환자분들의 이야기나 문제들을 잘 들어주면서 그분들의 입장을 공감해주고, 그 당시 감정은 어땠고, 또 어떠한 느낌을 받았는지 이해함으로써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들과 소통하고 그 분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이 일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체력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지만 제 생각엔 그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도 환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더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부과정은 유비씨를 졸업을 하였지만 의대는 캐나다가 아닌 캐리비언과 뉴욕에서 나왔었기에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였던 시간이 좋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니 외롭고, 공부량도 꽤 많았기에 저에겐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대를 졸업 후에 레지던트 생활을 하기위해 캐나다에 돌아왔을 때는 캐나다가 자국 의대졸업생들에게 레지던트를 지원 할 우선순위를 주었기에 그 당시 해외 의대졸업생으로 분류되었던 저에게는 그 치열한 경쟁률이 심적으로 많이 부담되고 힘들었습니다. 레지던트가 되지 못하면 의사로서 의료행위도 할 수 없었기에 위축 또한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의사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고 그 오랜 힘든 시간 끝에 의사로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제가 처음으로 정신과에서 일하면서 환자를 맞닥뜨렸을 때는 이 환자가 호전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제가 과연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을뿐더러 겁도 많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점점 다양한 환자분들을 보면서 이 일은 한 두 번의 치료로 고쳐지는 일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환자분들의 상태가 썩 좋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를 하다 보면 항상 전환점처럼 호전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환자분을 치료해 왔어도 그 순간이 언제 오는 지는 환자 분마다 다르기에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환자가 많이 좋아지고 괜찮다고 판단 되면 퇴원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저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마음을 열고 다가올 때, 가장 보람되고 제 힘든 시간이 다 의미가 있었다는 걸 느낍니다.
정신과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신과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내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지, 또는 모르는 분 들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정신과는 인내심도 필요할 뿐 더러 항상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소통이 병원에서 일할 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재학기간 동안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실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는 흔히 “The art of science”라고 합니다. 그만큼 단순히 진단과 치료만이 아닌, 이 과정들을 어떻게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전달하는지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정신과를 떠나서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이 많이 힘들지만 정말 이 일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과 각오가 있으면 어떤 과를 하든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대에 가서 열린 마인드로 여러 과를 경험해보고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순탄하고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그 긴 시간동안 내 자신을 믿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정보를 더 얻고 싶으시다면 akcse.ubc.pub@gmail.com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AKCSE (Association of Korean Canadian Scientists and Engineers)는 UBC 한인 학생회 중 하나로 Science와 Engineering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모인 아카데믹 클럽입니다. UBC내에 선후배간의 교류는 물론이고 대학원생들 및 졸업생들과도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AKCSE Publication Committee 는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되시길 바라며, 이상 AKCSE Publication Committee 이선경, 김도형, 이예지, 정문규, 이재은이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