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 걷는다

김지원 기자

최종수정: 2024-04-25 08:39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아온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25일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전날 베네치아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선착장과 기차역 등에는 입장료 부과를 알리는 이탈리아와 영어 안내판이 QR 코드를 첨부해 곳곳에 설치됐다. 시 당국이 책정한 입장료는 한 사람당 5유로(약 7400원)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들어오는 당일 관광객에 한해 부과한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네치아 역사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유료 관광지가 된 셈이다.

단 14세 미만 청소년과 장애인, 관광이 목적이 아닌 방문객은 입장료가 면제됐다. 이번 입장료 징수는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7월 중순까지 평일을 제외한 공휴일과 주말 등 29일간 시행한다. 입장료를 받은 첫날은 공휴일인 해방기념일이었다. 시 당국은 공휴일과 주말에 입장료를 부과해 관광객들이 평일에 방문하도록 유도, 인파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휴일과 주말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 등 주요 교통 시설에 검사원을 배치해 무작위로 검표를 실시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것이 적발될 경우 입장료의 10~60배에 해당하는 50~300유로(약 7만~44만원)의 ‘과태료 폭탄’을 물릴 계획이다.

베네치아는 코로나 봉쇄가 끝난 뒤 이른바 ‘보복 관광’을 나선 여행객들이 몰려들면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시 당국에 빗발쳤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 베네치아를 찾은 관광객 수는 350만명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베네치아에서 숙박한 관광객만 집계한 것으로, 당일치기 관광객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약 2000만명이 도시를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환경오염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했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을 넘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5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 때문에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개발, 대규모 관광 등 인간의 개입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도시 입장료 징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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