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국경 넘어오는 불법 입국 난민 홍수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09-13 16:36


미국에서 퀘벡 주의 국경 마을 한 곳으로만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가 지난 1년 4개월 사이 무려 2만7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난민 심사 대기 기간이 19개월로 늘어났으며 이민난민국 (Immigration and Refugee Board, IRB) 은 퀘벡 주의 대표적 불법 입국 통로인 St. Bernard-de-Lacolle 인근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2만7천674명 중 약 15%만 절차를 완료했다.

 

1985년 대법원 결정에 의해 캐나다 땅에 들어온 모든 난민 신청자들은 구두 청문회 자격이 주어진다.  

불법 입국자들의 폭증에 의해 다른 난민들의 승인을 위한 대기 줄도 길어져 적체가 심해지고 있다. 불법 입국자들도 결국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본국에서 박해를 두려워 해 캐나다에 들어온 진정한 난민인가?" 라는 것이다.

 

IRB 자료에 따르면 최종 심사에까지 이른 퀘벡 불법 입국자들 중 절반 이하인 1천885명만이 합법적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비율은 다른 난민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나다 국경관리국 (Canada Border Services Agency, CBSA) 자료에 따르면 작년 4월 이후 캐나다 전체 불법 입국자 3만2천여명 중 약 400 명만이 미국 등으로 추방됐다. 1.25%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난민 변호사는 추방율이 낮은 것은 단순히 이민 시스템의 문제로서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 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난민 홍수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6년 9월 14개월에서 2017년 9월 16개월, 현제는 19개월로 늘어났다.

 

작년 이후 캐나다-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수만명 중 많은 사람들은 2010년 지진 이후 미국에서 임시 보호 신분 (Temporary Protected Status, TPS) 으로 살고 있던 아이티인들인데, 트럼프 정부가 TPS 종료 방침을 발표한 뒤 캐나다로 가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이들의 월경 행렬이 줄을 잇게 됐다.

 

그러나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맺어진 안전한 제3국협정 (The Safe Third Country Agreement) 은 양국이 난민들에게 안전한 나라들로 간주되기 때문에 공식 국경에 도착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입국을 거부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한 나라에서 안전한 나라로 넘어오는 사람이 난민일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여기에 협정의 허점이 있으니 그것은 공식 입국 지점 (Official Points of Entry)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식 국경이 아닌 곳으로 입국하면 거절할 수 없으며 불법 입국자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해 국경 검문소와 검문소 사이 산길 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허점을 이용하는 새 불법 입국 파도의 주인공은 나이지리아인들이다. 이들은 유효한 미국 방문 비자를 가지고 미국으로 입국한 뒤 퀘벡의 그 유명한 불법 입국 통로를 타고 캐나다로 넘어와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아메드 후센 (Ahmed Hussen) 이민부 장관과 고위 관리들이 올해 초 나이지리아까지 가서 그들 국민의 캐나다에서의 난민 신청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난민 홍수로 정부 지출도 크게 늘고 있다. 난민 심사 적체 해소를 위한 인력 확충을 위해 IRB 에 7천2백만불을 투자했으며 심사 대기 중 숙박비로 5천만불을 부담하기로 약속했다.

 

불법 입국자들은 난민 심사를 위해 토론토 등지로 몰리고 있는데, 이들은 호텔 기숙사 노숙자 보호소 등에 머물고 있으며 그 비용은 각 시에서 연방 정부 지원을 받아 대고 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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