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항공유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액 연봉과 안정된 정년이 보장되는 ‘꿈의 직장’이라 여겨진 것이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대 취준생부터 3-40대 직장인까지 늦깎이 파일럿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보다 조종사 자격증을 따기 쉬운 캐나다 항공학교로 진학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밴쿠버에도 때아닌 ‘파일럿’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 선 한인 비행교관 서수지(사진·33)씨가 ‘요즘 뜨는’ 파일럿의 세계와 취업구조에 대해 생생한 조언과 정보를 건넸다. 

Q. 파일럿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은 

캐나다에서 취업 목적의 항공조종사(파일럿)가 되기 위해서는 16세 이상의 캐나다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면 가능하다. 또, 직무수행에 필요한 신체조건과 영어구사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다. 기본 자격이 충족되는 이들은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뤄 통과하면 조종사로서의 면허 자격을 얻게 된다. 단, 영리 목적이 아닌 취미생활을 위한 자가용 면허(Private Pilot License;PPL)의 경우에는 일반 취업비자나 관광비자 상태만으로도 취득이 가능하다. 

Q. 신체조건은 까다로운 편인가

요즘에는 캐나다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도 신체검사 기준이 완화되는 추세다. 특히 비행기 조종사 신체조건 중에서 시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교정 시력으로 1.0을 넘기면 가능하다. 또, 캐나다에서는 안경을 써도 비행에 무리가 없다. 다만 색약이나 색맹은 제한조건에 걸릴 수 있다.   

Q. 시험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적으로 파일럿이란 직업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2가지 면허가 필수로 요구된다. 혼자서 여객기를 조종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자가용 면허(PPL)와 동일한 조건으로 보상이나 월급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상업용 면허(Commercial Pilot Licence;CPL) 2가지다. 여기에서 나아가 다발한정(Multi-Engine Rating)이나 계기한정(Instrument Rating) 등 추가 자격까지 단계별 면장을 모두 취득하면 항공사에 입사할 수 있는 최소조건을 갖추게 된다. 

또, 항공사에 입사를 하면 항공사 마다 가지고 있는 여객기 기종에 따라서 기종한정(Aircraft type rating)면허도 취득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총 비행시간이 1500시간을 넘어서면 에어라인 운송 조종사 면장(Airline Transport Pilot License;ATPL) 취득도 해야한다. 

Q. 자격증을 따는 경로를 알려달라

파일럿이 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경로로 나눌 수 있다. 항공대학교나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거나 사설 비행교육원을 통한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로인 항공대학교는 4년 학사 과정을 통해 조종사가 되기 위한 라이센스 취득 과정과 항공관련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에어캐나다’와의 연계 프로그램(Pathway)을 통해 일부 학생에 한해 취업도 보장하기도 하지만 4년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고, 학비와 면허 취득 비용이 별도로 든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사설교육원은 학사 학위는 받지 못하지만 라이센스 취득 과정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한국에서 대학교 학위를 받고 캐나다로 유학와 파일럿 준비를 시작한 케이스라면 이 경로가 알맞을 수 있다. 또 공인된 사설교육원은 항공대학과 마찬가지로 CPL 자격증까지 마친 학생에게 2년짜리 취업비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취업과 영주권의 기회도 열려있다. 마지막 방법인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는 방법은 모든 훈련 및 면허 취득에 대한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민권자에 한해 신청할 수 있으며, 파일럿의 길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Q. 조종사 면장 취득 과정은 

면허 취득 과정은 각 항공교육기관에서 크게 이론과 실기 2가지 파트로 나뉘어 진다. 먼저 이론은 지상학술 훈련과정인 그라운드스쿨(Ground School) 과정에서 정해진 수업시간을 채우고 필기시험을 보는 형식으로, 이 과정에는 항공법(Air Law), 기상학(Meteorology), 비행이론(Aircraft General Knowledge), 공중항법(Navigation) 등 4가지 파트가 있다. 

실전교육에는 크게 두가지, 비행기를 다루고 조종하는 기술과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평가하는 교육으로 나뉜다. 교육 후에는 교관의 감독 하에 학생비행허가증을 받아 단독비행을 할 수 있으며, 교관의 추천서를 통해 실기시험을 보고 통과하게 되면 필기시험 결과와 신체검사 결과 확인을 거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Q. 캐나다 항공유학 비용 및 취득 기간 

파일럿 면장의 가장 기본인 PPL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45시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소 3~4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며, 3개월을 기준으로 약 1만5천불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CPL은 100시간의 단독비행 시간을 포함해 총 200시간의 의무 비행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최소 3~6개월을 기준으로 최대 3만불의 비용이 들 수 있다. 멀티 면장과 IFR의 경우에도 2개월에 2만불 가까이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3가지 라이센스를 모두 취득하기 위해서는 총 1년 반 정도의 시간과 최소 7~8만불의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참고로, 비행 1회(1시간)에 필요한 비용은 통상 250불로 책정된다. 이는 비행기 렌탈비(175불)와 교관(75불) 교육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또한 취득 기간은 비행에 영향을 받는 겨울철이나 날씨 조건에 따라 늦춰질 수 있다. 

Q. 취업 경로와 연봉이 궁금하다  

캐나다는 비행기에 태우는 승객 수에 따라서 항공사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나누고 있다. 승객 수가 1~9명인 경우는 에어택시(Air taxi) 회사, 10~19명인 경우에는 커뮤터(Commuter) 회사라 칭하며, 승객수가 20명 이상인 경우에는 에어라인(Airline) 회사라 부른다. 

에어택시 회사의 경우는 비행기 기종으로 주로 경비행기를 조종하며 부기장의 초봉이 2만2천불부터 시작된다. 기장은 5만5천불부터이고, 파일럿 중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쪽에 속하는 수석조종사(Chief Pilot)는 8만 5천불 이상을 받는다. 에어택시 회사의 경우는 파일럿 자격증을 막 취득한 파일럿들이 첫 직장으로 삼는 곳이기 때문에 연봉이나 근무환경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보통은 이곳에서 경력을 쌓고 에어라인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커뮤터 회사는 부기장 연봉이 3만5천불, 기장 연봉이 6만~6만5천불부터 시작된다. 수석조종사의 경우는 연봉이 11만불 이상으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에어라인은 리지널(Regional) 에어라인과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으로 나뉘는데, 입사경로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진다. 먼저 리저널 에어라인(웨스트젯 엔코어, 에어캐나다 재즈, 노스 카리부 에어) 부기장은 연봉이 4만5천불부터 시작되며, 기장은 8만불부터 받는다. 캐나다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웨스트젯, 에어캐나다)은 부기장이 6만불, 기장 연봉이 13만불부터 시작해 경력에 따라 올라간다. 

Q. 취업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나 

캐나다에서는 한국과 달리 대학 학사 학위가 없더라도 충분한 도전이 가능하다. 학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비행시간과 경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 학위가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실제 대형 항공사에서도 고졸 출신의 파일럿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보통은 비행시간과 경력을 쌓기 위해 비행교관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비행교관이 되기 위해 따야 하는 교관 증명(Instructor Rating)은 항공사 취업을 위한 필수 증명은 아니다. 그러나 에어라인에 도전하려면 리저널 기준 750~1000시간의 비행시간이 충족되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의 파일럿들이 거쳐가는 절차 중 하나다. 때에 따라서는 일반 교관 파일럿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Q. 취업 후에는… 

조종사는 항공사에 입사 이후에도 매년 신체검사 봐야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격이 무효화된다. 첫 신체검사의 경우에는 별도의 전문의를 방문해 시력검사, 청력검사, 심전도검사(ECG)를 진행하고, 그 이후로는 연령에 따라 주기적으로 신체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는다. 

조종사 근무 일수는 법정 휴일 여부와 관계없이 비행 일정에 따라 정해진다. 캐나다에서는 보통 한 달에 15~18일 정도 근무해 보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  


*한인 비행교관 서수지씨는··· 
2012년 캐나다로 이민 와 파일럿의 꿈에 도전한 서수지씨는 현재 핏메도우 공항 소재 사설비행교육원의 여성 비행교관이자 코퀴틀람 ‘파일럿 하우스’의 운영장 겸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파일럿 하우스’는 올해 3월부터 서수지씨를 포함한 2명의 현직 파일럿을 필두로 4명의 예비 파일럿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현지 필드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와 학생들의 자격증 준비를 돕고 있다.

그는 또 2만명 구독자를 거느린 밴쿠버 최초의 파일럿 유튜버(flywithsuji)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부터 파일럿의 꿈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그는 이민자·동양인·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올해 말 에어라인 항공사 입사에 당당히 도전할 예정이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참고: flywithsuji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