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력 경제지 ‘캐나디언 비즈니스’는 매년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탑 25’를 뽑아 발표한다. 지난 5월 발표된 2019년 인기 있는 직업 순위에 ‘Actuary’라는 직업이 11위에 올랐다. 바로 ‘보험계리사’다. 보험의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보험을 연구하고 계산하는 보험계리사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해, 확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매력에 빠져 보험계리사가 됐다는 김주선(33) 씨와 이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SFU에서 보험계리학(Actuarial Science)을 공부했고, 작년부터 캘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Intact Insurance라는 자동차/주택 보험회사이고 직책은 Actuarial Analyst다. 

Q 보험계리사라는 직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각종 통계, 수학적 기법을 이용해 보험회사와 보험자 모두에게 공평한 보험상품을 만들고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자료를 보면서 분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일어날 확실치 않은 일과 위험을 확률로 산출하고 예측해야 한다. 

Q 보험계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가

생명, 건강, 연금 보험 등을 담당하는 SOA(Society of Actuaries)나 자동차, 주택 보험 등을 담당하는 CAS(Casualty Actuarial Society)에서 주최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첫 3개의 시험은 공통으로 치르지만, 그 이후에는 SOA나 CAS 중 방향을 정해 분야에 맞는 시험을 봐야 한다. 총 시험은 대략 10개인데 시험당 합격률은 약 40%라고 보면 된다. 모든 시험을 마치는 기간은 평균 7년 정도다. 주로 대학 공부를 하면서 두세 시험에 먼저 합격하고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퀄리파이드 보험계리사(Qualified Actuary)가 될 수 있다. 

Q 시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초반 시험은 수학능력에 집중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보험 지식, 보험법 등으로 바뀐다. 시험 종류에 따라 1년에 한 번이나 6개월에 한 번씩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험 등록비가 만만치 않다. 초반 시험은 200달러 선이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1000달러가 넘고, 시험공부에 필요한 교제도 비싸다. 그래서 취업 후에는 회사 스폰서를 받아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학교 다니고 인턴십을 하면서 시험 4개에 먼저 합격했고, 취업하고 나서 3개 시험에 더 합격했다. 이제 나는 5개 시험을 더 합격해야 한다. 초반 시험은 수학, 통계에 관한 내용이어서 수월했는데 지금은 법도 공부해야 하니까 쉽지 않다. 시험이 3~4시간 걸리는 편인데, 나 같은 경우는 시험에 걸리는 1시간마다 100시간 공부를 하기로 계획해서 시험 전까지 400시간을 공부한다고 마음먹고 있다. 

Q 인턴십도 필수인지

학교를 다니며 인턴십과 코업(co-op)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세 학기 동안 iA Financial Group이라는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나는 한 회사에서만 인턴십을 했지만, 자기 분야를 잘 찾기 위해 여러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 경우도 많다. 

Q 보험계리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나

캐나다에서는 약 10개 대학에서 보험계리학 프로그램이 있고 BC주에서는 SFU가 유일하다. SFU 경우에는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1-2학년 때는 기본적인 수학, 미적분, 통계 등 수업을 듣고 2학년부터 첫 보험계리학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 수업을 패스하고 총 GPA가 최소 3.0이면 보험계리학과에 지원을 할 자격이 주어지만 그래도 3.5이상의 GPA는 되어야 수월하다. 간혹 면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SFU는 1년에 10~20명의 학생들을 뽑는다. 

Q 꼭 보험계리학과를 졸업해야만 이 직업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수학이나 경제학 같은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도 있고 전공하고는 상관없이 대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대학에서 보험계리학을 공부하면 관련 수업을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계리사 시험을 치르는데 다른 학과를 공부한 이들보다 수월하다.

Q 보험계리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해서 UBC 수학과를 들어갔다. 확률에 대해 공부하던 중 확률의 게임인 포커에 빠져 5년 정도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러다 종교적 문제로 그 일을 접고 보틀디포(bottle depot)에서 4년 정도 일하다 보니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2014년부터 SFU에 들어가 1학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늦게 다시 시작하다 보니 자격증을 빨리 딸 수 있는 직종에 관심이 있었는데, 보험계리사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과는 달리 대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되어 선호하게 됐다. 무엇보다 확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수요는 높은가

보험이 없어지지 않은 이상 꼭 필요한 직업이고, 캐나다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요구된다. 보험회사의 본사들이 모여 있는 토론토나 몬트리올에서는 보험계리사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다. BC에서 자동차보험 분야 보험계리사는 ICBC를 제외하고는 수요가 많지 않고, 그나마 연금보험 회사들의 수요가 있는 편이다. 또한 미국 시장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공부한 후 미국이나 다른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Q 보험계리사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보험회사를 제외하고 또 있는가

보험계리사의 90% 이상은 보험회사에서 일한다. 나머지는 보험회사의 서류 검사를 하는 공무원이나 교수로 일하는 경우도 있고, 보험회사 통하지 않고 자사보험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일할 수도 있다. 

Q 한인 보험계리사도 많은 편인가

지금은 드물지만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도 보험계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인 후배들이 있다. 하지만 이 직업은 수학을 잘 하는 한인들에게는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

Q 이 직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문성, 고용보장, 임금이 평균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보험계리학 학사를 취득하고 바로 취직하는 것이 쉬운 편이다. 임금은 초봉의 경우에는 보통 6~7만달러로 시작하고, 시험에 다 합격하면 약 15만 달러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학과 통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이 있다면 취업 후에도 한동안 시험을 계속 봐야 하고, 보험도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복잡해지다 보니 업무 외에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Q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뭐가 있을까

수학과 통계를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혼자 계산하고 끝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식으로 계산을 한 건지 설명을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알고리즘도 잘 짜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도 필수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보험계리사라면 누구나 최대한 시험을 빨리 치르는 것이 1차 목표다. 더 기회가 많은 미국에서 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Q 보험계리사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팁을 전해달라

가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인턴십이나 코업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인턴십이 필수다.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도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일하기 전부터 일, 공부, 여가시간의 발란스를 잘 맞추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