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면서, 앞으로 노년층이 증가할 수록 더욱 필요한 직업. 바로 물리치료사(Physiotherapist)다. 지난 4월 캐네디언 비즈니스(Canadian Business)는 물리치료사를 ‘2019년 캐나다 최고의 직업’ 37위로 뽑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시간은 최소 6년 반. 이 과정을 휴식 없이 거쳐 20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5년 차 물리치료사인 윤솔(29)씨를 만나봤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2000년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캐나다 써리에 이민 와서, 2008년에 플리트우드 파크(Fleetwood Park)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이후 맥길(McGill) 대학에서 신체 운동학(Kinesiology)을 전공하고, UBC에서 물리치료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써리에 있는 Physiomoves와 Morgan Crossing Sports Medicine Clinic이라는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다. 

물리치료사가 되기 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캐나다에서 물리치료사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교가 총 15군데고, BC주에는 UBC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4년제 대학 학위가 필요하다. 문과(Bachelor of Arts) 출신의 학생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이과(Bachelor of Science) 출신이고, 그중에서 나처럼 신체 운동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반 정도다. 실습이 포함된 약 26개월의 석사과정을 마치고 국가시험에서 합격하면 비로소 물리치료사가 될 수 있다.

물리치료사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편인가?

사실 쉽지 않은 편이다.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최소 3점 후반대의 GPA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또한 추천서 세 장, 최소 70시간의 봉사활동 경험이 필요하고, MMI(Multiple Mini Interview)라는 인적성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내가 졸업한 UBC 경우에는 매년 80명이 정원인데 매년 약 천 명 정도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MMI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MMI가 재미난 점은 윤리적이나 가치관에 대한 본인의 생각에 대해 말하는 면접도 있고, 실제 연기자가 직접 특정 상황에 대해 연기를 하면 학생은 그에 알맞은 대처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봉사활동은 무엇을 했는지?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코치, 대학교 농구부에서는 트레이너로 봉사를 했다. 그리고 여름 캠프에서 장애를 갖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물리치료사 대학원에서의 경험은 어땠는가?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 공부가 학부 공부보다 훨씬 쉬웠던 것 같다. 맥길 대학의 학부 과정이 힘들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학부 때는 학생도 많아 질문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에 비해 대학원을 다닐 때는 공부할 양이 많긴 했지만, 균형 있게 공부하는 요령이 생기고 학생도 적다 보니까 더욱더 수월했다. 

실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실습은 매번 다른 병원, 클리닉 등에서 5주씩 총 6번을 한다. 장소 배정은 학교에서 해준다. 나는 운이 좋아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실습했지만, 시골로 실습을 나가는 친구들도 많았다. 실습 중반부터는 혼자 직접 환자에 대해 파악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물리치료사 시험에 관해서도 설명하자면.

이론과 임상에 관한 시험을 본다. 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임상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캐나다 전체에서 이론 시험은 매년 5번, 임상 시험은 2번 있다.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었던 계기에 대해 알고 싶다.

고등학교 11학년 때 운동을 하다가 무릎을 심하게 다쳤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그때 단순한 검사에도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또한, 내가 운동을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 일과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후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을 하기 위해 직진을 했다.

현재 직업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시간을 돌려도 다시 이 일을 하고싶을 만큼 만족한다. 내 성향 자체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성향이랑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졸업 직후에는 학자금을 빨리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치료를 받으러 온 매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 죄송했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30시간 정도만 일하는 대신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임금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느냐, 클리닉에서 커미션 제도로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병원에서는 시간당 30달러 중반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고, 클리닉에서는 일 양에 따라 그보다 더 벌 수 있다. 

캐나다에는 한인 물리치료사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년 반 동안 대학원을 다녔을 때도 한국인은 내가 유일했다. 한인들에게는 아직 캐나다 물리치료사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고, 이 직업이 잘 알려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리치료사가 된 후에도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한지 알고 싶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했던 안마와 침술 치료를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퍼스널 트레이닝 자격증도 딴 것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됐고, 요즘은 어지럼증 치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공부 중이다. 

앞으로 이 직업의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적어도 100년은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본다. 노년층이 점차 증가하고, 물리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늘다 보니 현재 BC주에만 매년 400명의 물리치료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떠한 이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는지?

앉아있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한다. 이 직업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열심히 쓰고, 운동을 좋아해야 한다. 대학원에서도 동기 80명 대부분 모두 나와 비슷한 외향적인 성향이었다. 만약 활동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것에 대한 동력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리치료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해준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웃음). 그리고 학부는 이름값보다는 정원이 적은 학교로 가서, 좋은 GPA를 유지하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 주위에 물리치료사 선배가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후배들에게 공부에 대한 팁을 부탁한다.

공부는 양보다 질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오전 시간에 집중이 잘 되는 편이라서 그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그 이후에는 열심히 놀고 운동을 했다. 또한, 체력도 중요하다. 꾸준히 운동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공부를 한다면 체력이나 능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 분야에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또 부족한 면이 있다면 이 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한인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아직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인터뷰가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