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 늦은 나이는 없다.."한국인 감수성 담은 책 쓸 것"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03-16 14:47

4월3일 출판되는 저서 ‘Krista Kim-Bab’, 2018 CBC 8대 중학교 권장도서로 선정

       

<▲안젤라 안 작가가 자신의 첫 저서인 영어 아동도서 '크리스타 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글쓰기에 대해 한번쯤이라도 고민하거나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길이 얼마나 어렵고 이에 더해 자신의 책을 출판한다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이국 땅에서 살면서 아무리 영어가 특출할 지라도 영어로 된 자신의 책을 캐나다 출판사로부터 제의 받아 낸다는 것은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니다. 

오는 4월 캐나다 Second Story Press 출판사를 통해 첫번째 저서인 ‘Krista Kim Bap’을 내게 된 한인 2세 안젤라 안(45, 한국이름 승혜)씨. 평범한 주부도 작가 데뷔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는 안씨의 스토리를 들어본다.

“한국어를 한마디 못해도 한국음식 앞에서 바로 무장해제되는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내 자녀를 포함한 캐나다에 사는 많은 한인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한국’에 대한 반가운 마음과 함께 자랑스런 이 땅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쓴 책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스토리는 김밥을 위주로 한국문화를 담고 있다. 학급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크리스타가 학교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한국문화’로 조명되는 정체성과 그를 뛰어넘는 우정 등 5학년생이 주는 그 나이만큼의 재미에 더해 캐나다인들이 잘 모르는 한국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문화가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자유로우면서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김밥과 스시를 같은 음식으로 알고 있던 크리스타가 할머니에게 호되게 혼나는 모습 등 말이다.

“사실 저는 할머니랑 같이 살지 않아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오로지 저의 상상에서 나왔어요. 부모님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분들이라 내용과는 별로 연관이 없구요. 전반적인 스토리가 다 경험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되돌려보면 언젠가, 어디서 한번쯤 들었거나 인지됐던 ‘한국’이라는 매개체가 제 안에 내재돼 있었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1972년생인 안씨는 2살 때 위로 2명의 언니들과 함께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밴쿠버에 이민 왔다. 한국 명문대 출신의 아버지는 모든 이민자들이 그러하듯 낯선 땅에서 고된 삶을 살면서도 딸들의 교육에 온갖 정성을 다했다. 딸들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컸던 아버지를 안씨는 ‘타이거 대디’로 표현했다. 부모님의 기대대로 첫째 딸은 토론토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둘째 언니는 RCMP로 20년 넘게 근무하다 현재는 조기은퇴를 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43살 늦깍이 글쓰기 도전--영원한 아동작가 꿈꿔
  초등 3학년생 눈 통해 김밥 등 매개로 한국문화 담아


막내인 안씨는 UBC에서 영문학과 역사학을 복수전공한 후 2002년 도서관 정보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써리 지역 고교에서 영어와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이후 홍콩 정부 초청으로 홍콩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밴쿠버에 돌아온 후 2년간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던 안씨는 친구 오빠였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업주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한국인 남편은 신경외과 의사로 가정적이지만 일에 바빠 가정일은 모두 안씨의 몫이 됐다. 독서를 좋아했지만 전문적인 글을 써 본적이 없던 안씨가 책을 내게 된 경위는 뜻밖에 너무나 평범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다른 직장을 찾거나 외출이 어려웠던 안씨는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조금은 인상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어 김밥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  

“아이들이 이제는 10살, 8살이 돼서 조금 자유로워졌지만 이전에는 전혀 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어요. 2년 전부터 조금씩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한번 스토리가 잡히자 아주 빠른 속도로 글을 완성하게 됐지요. 처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는 사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미숙한 면도 많았고 과연 제 이야기를 좋아해줄까 하는 의문이 컸었는데 놀랍게도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10개의 출판사에 샘플에 보냈는데 5개가 넘는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중 Second Story Press와 계약을 맺고 내달 3일 캐나다 지역에서 그녀의 책을 만나게 됐다. 이어 18일에는 미국에서도 출판되며 연말에는 한국 한 출판사에서 그녀의 책을 번역해 출판한다. 

뿐만 아니라 안씨의 저서는 CBC가 선정한 ‘2018년 상반기 8개 중학교 권장 도서’에도 포함됐다. 저서에 대한 반응을 평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벌써 2번째 책을 집필 하는 것만 봐서도 출판계의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한데 제 경우는 운이 많이 따랐던 거 같아요. 10년 전이라면 한국에 대한 관심이나 선호도가 지금보다 훨씬 덜해서 책을 내도 별로 반응이 없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근 들어 K-POP을 비롯해 CBC 방송국의 시트콤 ‘Kim’s Convenience’ 등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크리스타 김밥’이 한인학생들의 마음 한편에 자부심과 동질감을 전하는 반가운 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네요”

어려서 한인학생들이 거의 없는 학교를 다녔던 안씨는 특별히 힘든 학교생활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느꼈던 본인만의 공허감이 지금의 글을 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본인이 경험했던 캐나다에서의 삶과 스토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길 원한다. 

“전업주부로 있다 43살에 글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한인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한국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캐나다에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제 책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안씨는 이제 캐나다 사회에 작가로서 입문하는 첫 발을 내딛지만 다양한 장르를 욕심내지 않고 아동도서를 계속해서 집필할 계획이다. 

유명작가이기보다는 캐나다인이라면 결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한인만의 감수성을 보듬고 이를 캐나다 사회에 전하는 작가를 꿈꾸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자신과 친숙한 모습의 책 표지를 집어 들면서 환한 미소를 지을 한인 아이들의 모습을 늘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안씨는 교민 안수호, 이강순 부부의 3녀 중 막내딸이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한인 사회의 중요한 소식을 캐나다 서부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제보 이메일: new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