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난 캐나다, 이것이 달랐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최종수정: 2015-01-23 12:59

이화여대 약대생 김태연, 최지윤씨
직접 접한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는 그 느낌부터가 달랐다. 현장에 있다 보니 책 몇 권, 혹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코퀴틀람 “오약국”에서 실습 중인 이화여대 약대 6년생 김태연, 최지윤씨의 고백이다.



한국의 글로벌 인재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Creative Korean : CK)의 수혜자다. 1945년부터 약학 인력을 육성해 온 이화여대 약대가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학생들에게는 세계 각 나라의 약학 제도를 체험할 기회가 주어졌다. 김태연씨와 최지윤씨. 이 둘의 선택은 캐나다였다.

두 학생의 실습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밴쿠버를 방문한 김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글로벌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우리 학교가 대학 특성화 사업에 지원한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대한민국 국경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 문을 열어준 곳이 밴쿠버에서는 바로 오약국이었다. 

이화여대 동문이기도 한 오약국의 오유순 약사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에서 실습 중인 한국의 대학생들을 만난다는 것,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다소 생소한 느낌인데요. 우선 이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주희 교수_대한민국 교육부에서 “대학 특성화 사업”을 추진했을 때, 이화여대 약대가 내세운 청사진은 글로벌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학생들이 각 나라의 의료 및 보험제도, 더 나아가 약사의 직무 등을 체험하고 이를 한국의 상황에 접목시킬 수 있는 것, 학교 측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학생들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해외에 실습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김주희 교수_약국과 병원, 그리고 제약 회사 등 각각의 실습 장소를 개발해 왔고, 이곳에 학생들을 보내 경험을 쌓게 했습니다. 이것이 이화여대 약대가 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습 장소 중 하나가 밴쿠버에서는 오약국이군요.
김주희 교수_그렇습니다. 저희 학장님의 부탁에 오약국 측에서 흔쾌히 응해 주셨어요. 학생들을 받는다는 것이 경우에 따라 크게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오유순 약사_선배의 입장에서 젊은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큰 기쁨일 겁니다. 물론 제가 이화여대 동문이라서  학생들에게 더 마음이 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약사가 되기를 바라는 한국 학생들 혹은 이민자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오약국이 그 동안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밴쿠버 이외 다른 지역에서도 실습이 진행 중인가요?
김주희 교수_현재로는 미국 LA에서 약대생 8명이 현장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실습 장소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김태연(이하 김)_두 나라에 대해 나름 사전 조사를 해봤는데, 결론적으로는 캐나다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고 배울 점이 더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캐나다는 무상의료를 표방하면서도 약에 대해서는 환자가 어느 정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궁금했습니다.

최지윤(이하 최)_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약사의 직능 면만 놓고 보자면, 미국보다는 캐나다가 배울 점이 더 많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인재로 크겠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오유순 약사, 김태연씨, 최지윤씨, 김주희 교수.  



전문가로서의 약사, 캐나다에서의 역할이 더욱 다양해

실제로 경험해 보니 어떻습니까? 한국과의 차이가 느껴지나요? 참고로 캐나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_양 국가 의료제도 모두에 상대적인 장단점이 있겠지만, 좋은 부분을 먼저 거론한다면 우선 캐나다는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가 덜할 거라고 생각해요. 가정의와 전문의 그리고 약사간의 협조도 잘 이루어지는 것 같고…. 물론 의료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답답해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시각에선 장점이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_한국의 약대생들은 “약학 경제학”이나 “약학 법규”라는 수업을 듣게 되는데, 이때 캐나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경험해 보니 캐나다의 약가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는 걸 또 한번 깨닫게 됐어요. 이는 약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이 이 부분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성분명 처방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_캐나다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약과 동일한 성분의 약이라면, 약사가 환자에게 이를 추천해 줄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분명 처방이죠.이렇게 될 경우, 복제약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죠.

_한국의 현행 법규 아래에서는 의사가 지목한 브랜드 약품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약사의 역할이 캐나다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거죠. 환자들이 가격 부담이 덜한 복제 의약품을 원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약사가 전문가로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얘기지요?
_한국에 있을 때는 캐나다의 의료 제도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막상 부딪혀서 경험해 보니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다양하다는 걸 보다 선명하게 알게 됐어요. 이런 과정을 좀 더 거치게 되면 제 꿈이 보다 구체적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을 한국의 정책에 반영하고 싶기도 하고, 해외에 진출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듭니다.

_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졸업 후 바로 직업을 가지겠다는 계획 뿐이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좀 더 깊이있게 약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약사로서 저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김태연, 최지윤씨는 5주간의 실습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후에는 한국에서 온 또 다른 학생 두 명이 오약국에서 현장 경험을 쌓게 된다. 오유순씨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UBC 약대생들이 교류할 기회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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