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겨울옷, 당당한 섹시미… 패션은 반전이다

조선일보=박세미 기자

최종수정: 2012-04-06 17:05

[국내 최대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
가을·겨울 옷 화려하고 가볍고 가죽·니트, 패딩·모피 절묘한 결합
클래식도 비정형을 만나 진화

아직 꽃샘추위가 한창이건만 런웨이의 계절은 반년을 앞서 간다.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패션행사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올가을·겨울을 수놓을 유행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쇼에서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단어는 '의외성'. 무채색으로 대표되던 겨울옷에 파스텔·오렌지색 등 산뜻한 '봄 색깔'이 내려앉았고, 남성복과 여성복에 각각 여성적 장식과 남성적인 특성을 얹었다.

(사진 왼쪽)가벼워진 가을겨울… 대담하고 화려한 꽃무늬를 수놓은 송자인의 원피스(왼쪽), 오렌지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손정완의 봄꽃 같은 원피스. (사진 오른쪽)異種이식 디자인… 아이 같은 면티셔츠 밑에 비닐 장식이 달린 스티브J&요니P의 옷(왼쪽), 가죽재킷에 모피를 결합시킨 최지형의 아우터.
화려하고 가벼워진 올가을·겨울

두툼했던 겨울옷 사이로 봄에나 볼 수 있었던 장식이 파고들었다. 봄처녀의 치맛자락에서나 볼 수 있던 꽃무늬 레이스, 반투명의 얇은 스커트와 장난스러운 무늬가 박힌 티셔츠 등 마치 봄이 찾아온 듯했다. 이상봉·손정완·스티브J&요니P·고태용·임선옥의 컬렉션 등이다. 계절의 무게감을 덜어낸 소재도 눈에 띈다. 겨울 필수 품목이던 두툼한 패딩의 인기는 주춤하는 분위기. 전신을 뒤덮는 커다란 패딩 대신 팔이나 몸통 일부에만 패딩을 적용한 디자인이 많아졌다. 김선호는 승려복 같은 세련되고 가벼운 누빔 코트로 눈길을 끌었다.

이종이식(異種移植) 디자인

한 벌의 옷에는 하나의 옷감만 써야 한다는 편견, 이번 패션위크에서는 무너졌다. 패딩과 모피를 하나의 아우터(겉옷)에 사용하고, 가죽과 니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홍승완은 울과 패딩을 접목시켜 점퍼도 패딩도 아닌 '중간의 것'을 만들어냈고, 김석원·윤원정(앤디앤뎁)과 송유진은 가죽·벨벳·모피·시폰 등을 한데 아우른 대담한 옷들을 내놨다. 유머와 개성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거친 록스타 스타일로 주목받은 송혜명의 옷. 모델은 아이돌 그룹 SS501 멤버 박정민. /서울패션위크 제공
이성(異性)의 크로스오버

성(性)은 런웨이에서 혁명적으로 바뀐다. 남성복에는 여성복에서 주로 쓰이던 모티브를, 여성복에는 그 반대를 활용한 시도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장광효·한동우·박종철·송선근은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선을 남성들의 옷 위에서 완성한 경우. 무릎까지 내려오는 니트, 하이칼라와 화려한 리본을 활용한 상의, 폭 넓은 소매, 워머를 연상시키는 목 테두리 장식 등이다.

'극적인 섹시함'. 남성복의 특성을 여성복으로 옮기면 새로운 마력이 생긴다. 정미선은 커다란 앞섶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거친 비대칭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홍혜진은 각진 어깨와 굵은 선을 강조한 케이프(망토형 재킷)로 당당한 여성미를 표현해냈다.

(사진 왼쪽)異性의 크로스오버… 기존 여성복에서 많이 쓰이던 니트 겉옷을 남성 외투에 접목시킨 홍승완의 옷(왼쪽), 대범한 디자인으로 당당한 섹시미를 풍기는 문영희의 옷. (사진 오른쪽)진화된 전통… 양복과 조끼 등 ‘채플린룩’으로 경쾌한 느낌을 완성한 강동준의 옷(왼쪽), 전통적인 옷의 선을 비정형적으로 변형한 지춘희의 옷.

클래식의 대담한 진화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클래식'은 아방가르드(비정형)를 만나 진화한다. 이상현·정두영·이승희는 우아하고 절제된 패션 전통에 아방가르드함을 불어넣었다. 가을·겨울의 대표주자인 무채색을 활용했지만 날카로운 절개선과 비대칭적인 디자인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강동준은 셔츠와 조끼, 나비넥타이를 매치한 '전형적인 채플린룩'을 가벼운 바짓단으로 경쾌하게 소화했고, 지춘희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코트에 과일을 연상시키는 모자와 물방울무늬 장갑, 비대칭 벨트 등 액세서리로 작은 파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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