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겐… 한국은 참 좋은 나라

최보윤 기자 최보윤 기자

최종수정: 2012-01-24 16:16

또 가격 인상, 한국만 4년새 두배 이상 올려… 그래도 한국 소비자들 계속 구매
일부에선 '혼수 필수품' 인식… "일단 사두자" 허영심도 문제

프랑스 명품패션 브랜드 샤넬이 가방 가격을 또 올린다.

19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오는 2월 1일을 기점으로 가장 인기 있는 가방 라인인 '클래식'과 '빈티지 2.55'의 국내 판매 가격을 10% 정도 올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663만원인 '빈티지 2.55 라지'는 11% 오른 74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샤넬 가방이 700만원대를 돌파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방 하나가 소형차 가격에 육박하는 셈이다.

샤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다 오르는 건 아니고 대표성 있는 몇 가지 품목이 오르는 것"이라며 "프랑스 본사가 가격을 인상해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은 지난 18일 클래식·빈티지 라인 가격을 7~10% 정도 인상했다. 샤넬은 주요 가방 제품 국내 판매 가격을 매년 20~30% 정도 인상해 왔다. '빈티지 라지'는 2008년 4월 기준 334만원이던 것이 그다음 해 464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인상을 거듭하며 2010년 539만원, 지난해 12월 663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번에 다시 700만원을 돌파하며 디자인이 똑같은 가방의 가격이 4년 만에 두배 이상이 된 셈이다.



샤넬은 지난해 7월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제품 가격을 3% 정도 인하하긴 했지만, 발효 직전인 5월에 미리 25%나 올려 소비자들은 FTA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샤넬 측은 "글로벌 본사의 규정에 따른 일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프랑스 현지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빈티지 라지'의 경우 2008년 당시만 해도 유럽 가격은 2150유로(334만원·당시 환율 1유로=1556원 적용)로 한국(334만원)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가격 차이가 심해져 이번 인상 폭을 적용할 경우 프랑스 현지와 191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2009년 들어 환율이 1유로당 1700원대로 오르자 가격을 대폭 인상해 놓고선, 이후 환율이 떨어져 현재 1400원대까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기는커녕 "본사가 올렸다"는 명분으로 가격을 또 올리는 것이다.

샤넬이 한국에서 이처럼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소비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현지의 가격 인상 이후 '한국도 곧 오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일부 제품은 대기자 명단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도 '5월부터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소비자들이 줄 서서 구매하는 바람에 매장 직원들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샤넬은 지난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25%나 늘었다.

특히 일부 여성과 부유층은 샤넬 핸드백을 혼수 필수품으로 꼽으며, '묻지마'식 소비 행태를 보이는 것도 샤넬의 배짱 장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봄철 결혼 시즌을 앞두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샤넬 웨이팅(대기번호) 걸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인상 등을 내세우며 1년에 수차례 가격을 올리는 샤넬도 문제지만, 허영심 때문에 합리적인 구매를 못하는 소비자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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