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의 <으뜸호흡>최고의 건강법

조선닷컴

최종수정: 2012-03-22 09:50

 “오늘 점심은 또 뭘 먹지?” 우리는 흔히 먹을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열흘 이상 버틸 수 있지만, 숨을 쉬지 못하면 단 몇 분도 못 견딘다. ‘섭생’보다 ‘호흡’이 생명에 직결된다는 방증이다. 맛있는 음식 먹고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숨쉬기’만큼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 이 호흡의 중심에 폐가 있다.

호흡의 중심인 폐는 생명을 여는 처음이자 인체의 모든 기(氣)를 주관한다. 공기가 코를 통해 폐로 들어오면서 폐는 기로 가득 찬다. ‘기운이 없다’, ‘기력이 쇠하다’, ‘기분이 좋다’는 말에서 보듯 ‘기’란 생명 에너지다. 기가 중요한 것은 기혈(氣血) 관계 때문이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액은 혼자 힘으로 순환할 수 없어 누가 밀어주어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힘이 바로 기(氣)다. 그래서 심장과 폐를 따로 말하지 않고 ‘심폐(心肺)기능’이라 한다. 심장이 혈관을 주관하고 폐가 기를 주관한다는 이치에 따라 폐의 기능이 원활할 때 혈액순환도 원활해진다. 그래서 예부터 폐가 오장육부의 모든 기를 주관한다고 하여 ‘폐자기지본’(肺者氣之本=폐가 기의 기본)이라 했다.

폐는 산소를 몸속으로 받아들이고 탄산가스를 버리는 역할을 하는 핵심 장기다. 혈관 속 적혈구는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를 여러 장기로 운반한다. 백혈구는 산소와 함께 들어온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세균과 싸운다. 이때 폐가 건강하면 적혈구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더욱 많은 양의 산소를 인체 곳곳에 공급할 수 있다. 백혈구 또한 세균과 싸워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왕성해진다.

폐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건강한 혈액이 몸속의 열을 내리고 털구멍을 열어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이때 땀을 흘려 땀구멍까지 활짝 열면 피부 밑의 독소와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온다. 그 결과 피부에 화색이 돌고 윤기가 난다. 반대로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적혈구와 백혈구의 활동력이 약해지며, 이는 면역력 저하로 연결된다. 대체가 폐가 튼튼하고 건강하면 살결이 매끄러운 반면, 폐가 약하면 피부가 거칠고 윤기가 없다. 그래서 ‘숨결이 고우면 살결도 곱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폐가 튼튼해야 피부도 곱다

흡연과 스트레스도 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흡연과 스트레스가 자주 반복되면 체내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몸 위쪽으로 올라오며 대부분 피부를 통해 발산되지만 일부는 폐에 남아 쌓이는데 이를 적열(積熱)이라고 한다. 적열은 폐 기능을 저하시키는 동시에 면역력을 떨어뜨려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는 감기를 비롯해 비염, 천식, 축농증, 아토피성 피부염 등 여러 질병을 부른다.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비염과 천식을 함께 앓고 있다. 그래서 아토피와 비염, 천식을 묶어 ‘알레르기 3총사’라 부르는데, 이 세 가지 질병은 폐 기능 약화라는 뿌리가 같은 병이다. 따라서 그 질병의 근원인 약화된 폐 기능을 활발하게 북돋아주면 아토피뿐만 아니라 비염과 천식을 함께 치료할 수 있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지방이 몸 안에 축적되면서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순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과도한 두뇌활동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바쁜 일상생활 속 쌓이는 스트레스와 함께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으면 불면증과 만성 피로에 이어 여러 질환이 나타난다. 이 때 사람들은 건강을 회복한다며 보약을 먹거나 영양식을 찾아다니는데, 운동을 하지 않고 몸에 좋다는 영양소만 섭취하는 것은 원기가 충만한 건강을 회복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힘 들이지 않고 몸 안에 최대한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빠르게 걷기와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마라톤 등 다양한 유산소운동이 있지만 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등산이다. 등산을 하면 숲속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고, 땀을 흘리면서 걷는 동안 저절로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 높을수록 기압이 낮다. 높이 오를수록 산소가 희박하므로 우리 몸은 산소를 조금이라도 많이 들이마시기 위해 폐포(肺胞 · 허파꽈리)까지 동원해 폐활량이 커지고 맥박도 빨라진다. 그 결과 온몸의 모세혈관이 발달하고 폐포의 용적이 커지며 폐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높은 산 맑은 공기는 폐를 말끔히 청소해 준다. 심장 또한 필요한 산소를 조달하기 위해 힘차게 펌프질을 하면서 더욱 튼튼해진다. 산에 오르면서 땀을 흘리면 피부 아래 쌓인 노폐물도 함께 빠져나오므로 피부 건강에도 좋다.

‘으뜸호흡법’이라는 것이 있다. 탁해진 폐를 맑게 정화시켜 대기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최고의 호흡법이다. 으뜸호흡을 하려면 첫째, 땀이 충분히 나고 숨을 헐떡일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 그래야 피부와 폐의 기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숨을 헐떡인다고 해서 기진맥진할 정도로 헉헉댈 필요는 없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둘째, 가급적 공기가 맑은 곳에서 운동한다. 맑은 공기를 폐로 한껏 받아들여 몸 구석구석에 전달하고 노폐물과 가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갖춘 운동이 바로 등산이다.

야생동물은 대자연에서 끊임없이 걷거나 뛰기를 반복하므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폐 기능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바쁜 일상으로 운동 부족이 되기 쉽다. 이로 인해 폐에 독소와 노폐물이 쌓이면 몸에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나쁜 것을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진다. 집안에 청소와 환기가 필요하듯 폐에도 청소와 환기가 필요하다. 이런 청폐(淸肺)작용에는 운동이 제일이며, 그중에서 등산이 으뜸이다. 등산을 통해 폐 기능이 강화되면 폐의 예하 호흡기관인 코, 편도선, 인후, 기관지의 순서대로 덩달아 기능이 좋아진다. 활성화된 폐 기능이 편도선을 강화시키고, 여기서 힘을 얻은 임파구의 나쁜 균을 물리치는 식균(食菌)작용이 활발해진다. 이로써 만병의 근원이라는 감기를 예방하고 나아가 기관지염과 비염, 천식은 물론 아토피 등 피부질환까지 물리칠 수 있는 힘, 면역력이 강해진다.

산은 길이 험하고 곳곳에 장애물이 있어 처음에는 몸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걷는 동안 근육이 강해지고 심장 기능이 향상돼 온몸에 기혈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소화와 흡수가 잘되는 것은 기본이다. 산에 오르는 동안 온몸의 근육과 뼈가 동원되므로 전신운동과 함께 신경 계통의 기능까지 단련된다.

등산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 등산을 하면 자연히 ‘숲속의 보약’이라는 삼림욕을 하게 된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 가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쾌한 향기를 맡게 되는데 이것이 ‘피톤치드’라는 물질이다. ‘식물’이라는 의미의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인 사이드(Cide)의 합성어로 나무가 해충이나 곰팡이 같은 세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살균 효과뿐만 아니라 피를 잘 돌게 하여 심신을 안정시키며 우울증도 해소해 준다.

녹용보다 값진 ‘산행 보약’

산은 오르기 힘든 언덕뿐만 아니라 맑은 계곡을 품고 있다. 계곡물이 졸졸 흘러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면 수많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산을 찾는 사람을 반갑게 에워싼다. 그리고 호흡을 통해 사람 몸에 흡수돼 자율신경을 진정시킨다. 어디 그 뿐인가. 계곡물에서 분비되는 음이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산들거리며 속삭이는 나뭇잎, 높은 소프라노 음색의 새소리, 돌돌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진 숲의 리듬은 인체의 부교감신경에 작용해 뇌의 활동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춰준다. 등산처럼 산소 소비가 많은 운동은 기억력과 시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낸다.

입맛이 없을 때 우리는 특별한 음식을 찾는다. 정성이 깃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까칠했던 입맛이 돌아온다. 회색 콘크리트 숲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코맛’도 시원찮다. 코맛을 되찾으려면 공기가 맑은 데를 찾아가야 한다. 바로 산에 오르면 된다. 높이 오를수록 더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산행은 여기에 또 다른 기쁨을 덤으로 준다. 바로 ‘눈맛’이다. 높고 낮은 봉우리와 들판, 강줄기 등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필자 스스로 지키는 건강법이 아침 산책이다. 새벽 5시면 일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근처 경기도 군포 수리산에 오른다. 산책로를 따라 1시간 30분 동안 오르내리면서 그날 하루에 쓸 기운을 받아 온다.

임진년 새해가 열린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해마다 연초면 다들 거창한 결심을 한다. 금연, 다이어트, 운동 등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작심삼일이라고 벌써 새해 결심을 망각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55년 만의 2월 한파도 가고 꽃 피는 3월이다. 새해 결심으로 등산을 추가하자. 우선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 차례 집에서 가까운 나지막한 산으로 시작하자. 왕복 한두 시간 코스로. 근육과 폐, 그리고 심장이 단련되면 산행횟수를 늘리고 장소도 조금씩 높은 곳으로 바꾸자. 성공적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 돈도, 명예도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이 없다. 60년 만에 온 흑룡의 해, 녹용보다 값진 ‘산행 보약’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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