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빛과 그림자…드라마는 승승장구 예능은 암흑기

스포츠조선=김표향 기자

최종수정: 2012-09-17 09:25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요즘 MBC가 딱 그렇다. 드라마는 연일 희소식을 전하며 웃고 있지만, 예능 부문은 울상이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방송 5회 만에 월화극 정상에 오른 '골든타임'은 최근 3회 연장을 확정지었다. 시청자들의 열띤 성원에 힙입어 시즌제 제작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한국형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주조연 배우들도 고르게 조명받고 있다. 이성민의 재발견, 이선균의 안정적인 연기력, 로맨스 없이도 공감가는 사실적인 이야기 등 연일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제공=MBC

수목극도 1위다. 지난 달 15일 13.3%(이하 AGB닐슨)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한 '아랑사또전'은 동시간대 KBS2 '각시탈'이 종영한 직후인 12일 방송부터 1위로 올라섰다. 처녀귀신이 사또에게 원한을 풀어달라고 했다는 아랑전설에서 소재를 빌려와, 미스터리와 호러가 가미된 극전개로 시청자들의 추리본능을 자극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방송 4회 만에 회당 2억원에 일본에 팔리는 등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는 '해를 품은 달'의 1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주말극 '메이퀸'도 김유정을 비롯한 아역들의 맹활약 덕에 SBS '다섯손가락'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방송 초반만 해도 '신사의 품격'의 뒷심을 받은 '다섯손가락'이 무섭게 상승세를 타며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차근차근 숫자를 불려온 '메이퀸'은 1일 방송된 5회분을 기점으로 '다섯손가락'과 순위를 역전시켰다. 아역들은 지난 9일 8회분에서 시청률 15.7%를 찍고 영광스럽게 물러갔고, 성인 연기자들은 이 숫자를 더 키우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 주말극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 봤던 MBC가 '메이퀸' 덕분에 오랜 갈증을 풀었다.

이뿐만 아니다. 아침드라마 '천사의 선택'도 15%대 시청률로 고공행진 중이고, 조기종영의 아픔을 자주 겪어온 일일극 시간대에도 '그대없인 못살아'가 10% 안팎의 시청률로 선전하는 등 '드라마 왕국'의 명성이 오랜만에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예능 부문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한도전'이나 그나마 14%대 시청률로 두자릿수를 유지할 뿐, 다른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윤세아와 줄리엔강, 제국의 아이들 광희와 시크릿 한선화, 엠블랙 이준과 오연서가 투입된 '우리 결혼했어요'는 시즌4로 개편을 했음에도 여전히 5~6%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고, '라디오 스타'는 SBS '짝'과 엎치락뒤치락하며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30년의 역사를 지닌 '일밤'의 침체는 더욱 우려스럽다. '무한도전'의 '하하 vs 홍철'에서 포맷을 빌려와 제작된 '승부의 신'은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평가에도 2%대 시청률로 고전 중이고, '나는 가수다2'도 평균 5~6%대 시청률에 불과하다.

오랜 부진으로 쓸쓸한 400회를 맞이한 '놀러와'는 지난 10일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500회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남자들의 19금 토크로 웃음을 준 '트루맨쇼'와 추억의 가수와 함께하는 '방바닥 콘서트 보고싶다' 코너는 색다른 시도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5%를 밑도는 등 갈길이 멀다.

6개월 만에 종영된'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주얼리 하우스'와 '정글 러브' 등의 프로그램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저주받은' 목요일 심야 시간대엔 신동엽이 구세주로 나선다.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라는 이름의 토크쇼를 20일에 파일럿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1인 게스트라는 형식 면에서 SBS '힐링캠프'는 물론 강호동의 복귀가 예상되는 '무릎팍도사'와 여러모로 비교평가되는 부분이 많아, 정규편성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BC의 관계자도 "드라마들이 잘되고 있어서 그나마 MBC가 그럭저럭 버티면서 체면치레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MBC 드라마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골든타임'의 후속으론 거장 이병훈 감독의 사극 '마의'가 준비 중이라 당분간 드라마 부분의 전성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차근차근 쇄신을 단행하고 있는 예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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