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남자' 순수 청년, 신파의 경계서 나쁜 남자가 되다

스포츠조선=이지현 기자

최종수정: 2012-09-14 16:56

▶순수 청년, 신파의 경계에서 나쁜 남자가 되다

소신 있게 자기 할 말은 하던 당돌한 의대생 강마루(송중기)는 단박에 교수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촉망 받는 재원이었다. 하지만 사랑 밖에 모르던 순진한 마루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픈 여동생 초코(이유비), 의사로서의 자신의 미래,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박시연)로 나눠진 세 갈림길에서 사랑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고자 선택했던 참으로 막막한 길. 마루는 그 먼 길을 묵묵히 걸어 왔지만 그 끝에 재희는 없었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훈훈하고 순수했던 청년 강마루는 건조하고 다크한 나쁜 남자가 되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신파 느낌이 강해서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부디 감정선만 잘 잡아주기를!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첫방은 아니었다. <이 죽일 놈의 사랑>과 <나쁜 남자>가 섞여있는 듯한, 그래서 두 드라마를 같이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달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는 좋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살아났던 듯.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이번에 작정하고 좀 독해지신 것 같다.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게 전매특허 매력인 이경희 작가님 드라마에서 살인, 복수, 치정이라니. 거기다 LTE급 전개 속도까지. 잘했고 못했고, 좋았고 나빴고를 떠나서 이경희 작가님에게 이런 얼굴도 있나 싶었더랬다. 솔직히 캐릭터 설정이나 전개 방식은 작가님들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니 말이다.

특히 스토리 라인은 단 1회가 끝났는데도 앞으로 인물들이 어찌 저찌 움직일지 왠지 다 어림잡아 맞출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뻔하고 전형적으로 보였다. 다소 올드하기도 했고, '신파' 느낌이 폴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왠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 -이하 <차칸남자>- 는 오히려 신파라서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파의 경계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들만 잘 잡아낸다면 드라마가 가진 집중력은 배가 되어 보는 사람을 납득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그게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듯.


 
<이 죽일 놈의 사랑>과 <나쁜 남자>를 동시에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당연한 얘기지만, 아마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극본만큼 연출의 힘도 중요해질 거다. 그런데 K본부 <보통의 연애> 김진원 피디님이라서 기대했건만, 솔직히 아직까지는 연출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매우 정직하고 착하게 (대본만) 찍으신 느낌이었달까. 드라마에서 피디님을 조금 더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다.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이 드라마에 어떻게 녹아 들지가 궁금한 거니까.

한편, 작가님만큼 배우분들도 나름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여리여리 상큼발랄 꽃미남, 우리 학교에는 없었지만 성대에는 있었던 훈남 선배 오빠 이미지였던 송중기씨의 나쁜 남자 변신은 꽤 성공적. 지난 해 S본부 <뿌리깊은 나무>에서와 같이, 역시 기본 이상은 하는 배우라는 걸 다시금 입증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는 이만하면 성공적. 아마 <차칸남자>를 잘 마무리하게 되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실 수 있을 듯. 인과 관계는 뭉텅뭉텅 다 잘라 버리고 건너 뛴 첫방의 집중력은 아무래도 송중기씨의 힘이 (독보적으로) 컸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겁나 강한 캐릭터로 돌아온 문채원씨도 의외라면 의외였다. 전대미문의 레전드 재벌녀 포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서은기(문채원) 본인은 진보적인 캐릭터라고 말하지만 엄청 카랑카랑하고 뾰족뾰족하다. 그래서 그런가 왠지 좀 힘이 과하게 들어간 듯한 느낌은 있다. 그렇다고 부족했다는 건 아니다.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박시연씨도 마찬가지로 아직은 판단 유보. 사실 마루도 그렇고, 은기와 재희도 그렇고 그들이 왜 그렇게 악에 받쳐야 했는지는 설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딱히 이 배우가 캐릭터에 맞게 잘 하고 있다, 아니다를 판단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 이 부분은 앞으로 차차 지켜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요는, 극본과 연출은 2% 아쉬웠지만 그래도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판단 유보지만, 그래도 송중기씨는 이만하면 꽤 괜찮았다는 것. LTE 스피드에 묻혀 있는 감정선들을 세심한 연출로 이끌어 낸다면, 막장 소리가 나올 법한 이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 속에서 이경희 작가님이 예전처럼 특유의 따뜻함을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재미있어질 가능성은 많을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멜로의 계절, 착했지만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차칸 남자' 강마루와 두 여인들은 어떤 컬러를 보여줄 수 있을까.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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