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탐냈을까… 너무 일찍 떠난 팝의 女神, 휘트니 휴스턴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최종수정: 2012-02-13 10:22

[하늘도 탐냈을까… 너무 일찍 떠난 팝의 女神, 휘트니 휴스턴]
전설로 살다가 - 음반 1억7000만여장 팔려
영화 '보디가드' 주제가, 빌보드 14주 1위 대기록
전설로 떠나다 - 호텔 욕조에서 의식 잃어 사망 원인 아직 조사중
불행한 결혼생활·약물중독… 재기 꿈꾸다 49세에 하늘로

고음과 저음을 완벽하게 넘나드는 폭발적 가창력으로 듣는 이들을 압도하고 전율시켰던 천상(天上)의 디바, 이제 그 목소리를 더 이상 지상에선 들을 수 없게 됐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Houston·49)이 11일(현지 시각) 돌연 세상을 떠났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휘트니 휴스턴은 이날 오후 3시 5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방에서 숨졌다. 그는 호텔방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 일부 매체는 익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사망 당일 저녁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음악인 축제인 54회 그래미상 시상식 전야 갈라쇼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동료 음악인과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음반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에게 발탁돼 스물셋이던 1985년 낸 데뷔 음반 '휘트니 휴스턴'은 전 세계에서 2300만장이 팔려나가며, 역대 여성 가수의 솔로 데뷔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다.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등 대표곡들이 담겨 있다. 그의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여장이 팔렸으며, 그래미상도 6차례나 수상했다.

 
지난 2009년 11월 LA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공연하고 있는 휘트니 휴스턴. /AP뉴시스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출연한 '보디가드'(1992) 등에서 영화배우로도 이름을 날렸다. 백인 경호원 프랭크 파머(케빈 코스트너)와 미완의 사랑을 나누는 톱 가수 겸 영화배우 레이철 매론 역할을 맡았다. 레이철이 공중으로 사뿐히 던진 스카프가 떨어지다가 프랭크가 쥔 칼날에 부드럽게 잘려나가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가 부른 영화 주제가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는 빌보드 차트 14주 연속 1위란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전성기는 일찍 끝났고 시련의 나날이 다가왔다. 팝 가수 바비 브라운(43)과 보낸 불행했던 결혼 생활과 약물중독으로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2002년 방송 인터뷰에서 약물 남용을 고백했고, 2004년에는 마약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재활센터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 재기 의지를 밝혔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980~90년대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Houston·49)이 11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음악적 재기를 다짐하던 그는 2009년 정규 앨범 '아이 룩 투 유(I look to you)'를 발매하고 첫 월드 투어 공연지로 서울을 선택했다. 하지만 2010년 2월 6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르게 갈라지고 고음 처리는 되지 않았으며, 공연 중간 중간 기침을 하고 숨 가빠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2일 국·내외 많은 가수는 트위터에 애도 글을 올렸다. 머라이어 캐리는 "그녀는 세상에 은총을 가져다준 위대한 목소리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했다. 윤종신은 "지금 여가수 노래의 많은 부분이 그녀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항상 아름답고 행복하시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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