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인테리어? 식기·냅킨으로도 가능해요

조선일보=김미리 기자

최종수정: 2012-03-15 11:53

주부 이수·스타일리스트 강정원씨
그녀들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토크
비싼 그림 없어도 아이 그림으로 충분
선반형 책장으로 장식·수납 동시에

3월 중순, 바람은 여전히 냉기를 머금고 있지만 마음속엔 이미 봄이 활짝 폈다. 이맘때 주부들은 괜히 설렌다. 겨우내 썰렁했던 집에 봄의 온기를 들여놓을 생각에.
얼마 전 이사를 한 주부 이수(36·사진 오른쪽)씨에게 올봄은 더 새롭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인테리어 잡지를 빼놓지 않고 본다는 그녀. 하지만 막상 집안을 꾸미려니 막막하단다. “잡지에 나온 인테리어는 왠지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 같아요. 집에 그대로 꾸며 놨을 때 어울릴까, 고민하게 돼요. 계속 살 집인데 잘못 건드렸다가 실수할까 겁나기도 하고….”


 

대한민국 주부라면 해봤을 고민. 그런 그녀가 인테리어 전문가 강정원(사진 왼쪽)씨를 만났다. 유명 인테리어 잡지 기자 출신인 강씨는 현재 리빙 칼럼니스트 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주부로서 거창한 인테리어보다는 생활 속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살림꾼. 그녀가 이씨에게 직접 실용적인 봄 인테리어 노하우를 연출해 보여주며 고민 해결법을 제시했다. 알토란 같은 정보가 송송 박혀 있는 그녀들의 인테리어 토크!

◇테이블 위의 봄, 고정관념을 걷어내라


이수(이) “예산도 없는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


강정원(강) “집 전체를 꾸밀 생각은 접으세요. 새집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제일 손쉽고 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식탁 위를 바꿔보는 거랍니다.”


“봄 인테리어 하면 자잘한 꽃무늬, 핑크색 가득한 커튼이나 벽지 생각부터 나는데 그게 아니네요.”


“ ‘봄=꽃무늬’라는 강박을 벗어야 해요. 그리고 봄이 됐다고 커튼 바꾸고 벽지 도배 다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따라 한다고 해도 금방 질려요. 자, 그럼 봄맞이 식탁 변신부터 해볼까요?”(강씨의 손이 부지런히 테이블 위를 오갔다.)

(세팅된 식탁을 바라보며 이씨가 묻는다.) "어, 테이블보가 없네요? 사진 속 식탁에는 항상 테이블보가 있던데요."

"비현실적이죠. 정찬을 할 때면 모를까, 테이블보를 매번 깔 수는 없잖아요. 돈도 들고, 천 사려면 귀찮잖아요. 요즘은 식탁이 거의 나무 아니면 하얀색이어서 천으로 가리지 말고 그대로 그릇을 올리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요."

1 하나만 둬도 집안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톰 딕슨’의 펜던트 조명./두오모 제공 2 경쾌한 원색의 앙증 맞은 펜던트 조명./이노메싸 제공
"맞아요. 그러고 보니 일반 집에서 테이블보 씌워 세팅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네요."

"대신 식탁 매트, 식기, 냅킨 같은 소품으로 포인트를 줘야 해요. 식탁 자체는 캔버스라 생각하세요. 세팅에는 정석이라는 게 없어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용 가능해요. 식탁 매트 대신 작은 트레이(쟁반)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긴 사각 접시에 빵, 커피를 함께 올리기만 해도 되고요."

"식기 색깔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어떤 식기를 써야 할지 어려워요."

"그릇을 세트로 다 사지 마세요. '깔맞춤(같은 색상으로 맞추는 것을 일컫는 속어)'은 자칫 촌스러워요. 저는 항상 2인조만 사서 원래 있는 것과 섞어요. 패션에서 유행인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다른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섞어 입는 방식)'가 테이블 세팅에서도 유용하거든요. 올해는 파랑 계통이 유행이어서 남색, 파랑 등 다양한 블루 계열을 섞어 쓰는 것도 방법이죠. 그렇다고 이 색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요."

"있는 그릇을 섞었을 때 서로 어울릴까 고민돼요. 그래도 기본적인 원칙이 있을 텐데요."

"강한 무늬가 있는 그릇을 쓸 때, 나머지 그릇은 무늬가 없는 단색 그릇으로 매치하세요. 색상 선택에 자신이 없다면 회색, 흰색, 나무색, 녹색 같은 내추럴한 색깔을 우선 시도해보고요."

"그릇을 사다 보면 이것저것 사기 십상이에요. 리빙용품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던데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명확하게 해두는 게 중요해요. 대개 자기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자기는 다른 스타일로 샀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보면 공통된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의 취향 알기가 말만큼 쉽지 않아요. 자신도 없고요."

"취향을 잘 모를 땐 가구나 소품을 살 때 빈티지, 클래식, 모던, 미니멀 등 큰 카테고리로 나눠서 자기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에 집중하면 나중에 믹스 앤드 매치하기가 편해요."

"꽃 장식은 좀 작은 편이네요."

"커다란 센터피스(테이블 중간에 두는 꽃 장식)는 실용적이지 않아요. 꽃 때문에 마주 보고 있는 사람 얼굴이 안 보여서 꽃을 뺀 경험 없어요?(웃음) 꽃 시장에 가서 꽃을 사오는 것도 바쁜 일상에선 무리고요. 동네 꽃집에서 꽃을 몇 송이만 사서 하얀 유리잔에 꽂으세요. 커다란 센터피스보다는 앙증맞은 '유리잔 꽃'을 여기저기 둬 보세요."

1 그림을 꼭 벽에 걸 필요는 없다. 저렴한 아트 포스터 액자를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바닥에 세워 놓아보 자. 지저분한 전선 가림용도 돼 일석이조. 2 선반형 책장은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 장식과 수납,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 추억이 서린 럭스리빙 제공 장난감과 표지 예쁜 책들을 보기 좋게 올려두면 좋다.
책과 장식, 둘을 해결하는 선반형 책장

"거실에 책장을 두니 어지럽더라고요. 아이 문제집이나 어린이책이 워낙 알록달록해서요."

"개인적으론 아이 책은 아이 방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아이에게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집집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죠. 거실에 책장을 둬야 할 땐 일단 천장 끝까지 닿는 책장은 안 권해요. 답답하거든요. 그리고 아이 책만 꽂지 말고 어른 책과 함께 꽂기를 권해요. 아래는 어린이책이나 문제집을, 어른 눈높이 위로는 어른 책을 가지런히 꽂으세요. 아이들 문제집은 맨 아래에 두고 책장 틀 안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박스를 끼워 안 보이도록 하는 방법도 있어요."

"책을 뺐다 꽂았다 하다 보니 보기 좋게 정리해두기가 어렵던데요."

"시각적으론 비슷한 커버 색의 책을 모아 꽂고 책장 앞쪽 끝에 책 끝을 맞춰 나란히 일자로 꽂으면 좀 더 깔끔해지죠."

"책장을 장식으로 쓸 방법은 없나요?"

"벽에 걸어서 장식용 오브제처럼 쓸 수 있는 선반형 책장이 유용해요. 2~3칸 정도 되는데 장난감하고 책을 보기 좋게 올려두면 좋아요. 몇 개는 높낮이를 달리해 연속적으로 걸어도 예쁘고요. 이렇게요."(강씨가 선반형 책꽂이에 장난감과 책을 꽂아 보였다.)

"책을 가로로 두기도 하고 세로로 두기도 하셨네요."

"이왕이면 디자인이나 아트 서적이 좋겠지만 다른 책들도 괜찮아요. 장난감과 책이 잘 어울리도록 하는 게 포인트죠. 아이들 장난감은 색감이 예뻐서 장식적인 요소가 많아요. 아이들의 색감을 교육하는 데에도 좋고요. 그래서 장난감 고를 때 인테리어 요소와 교육적 요소를 함께 생각해봐요. 장난감을 선반에 올려둘 땐 자신만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게 좋아요. 손님들이 놀러 왔을 때 장난감 하나로 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 갈 수 있어요. 그게 사는 재미 아닐까요?"

"남편이 레고로 만든 장난감들이 있는데 꺼내서 올려놔야겠어요.(웃음)"

"좋은 방법이에요. '추억의 물건'을 우리 집만의 장식품으로 쓰는 것. 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여러 집을 보게 되는데 어떤 집은 집과 인테리어가 둥둥 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는 돈을 들여 으리으리하게 해 놨는데 화장실용 휴지가 떡 하니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든지요. 그 집주인의 개성이 집에 제대로 스며 있지 않아서 그래요. 그런 의미에서 직접 만든 장식품, 여행의 추억이 깃든 인형 같은 소품은 의미 있죠."

허전한 벽엔 포스터와 아이 그림

"허전한 벽에 봄 느낌을 담는 방법은 없을까요?"

빈티지풍으로 만들어 장식대 겸 책상으로 쓸 수 있는 가구./럭스리빙 제공
"그림을 사서 걸면 좋겠지만 거금이 들어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죠. 아트 포스터를 활용하세요. 부담스럽지 않게 그림을 거는 연습과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적용해 보는 연습을 하기에도 좋은 아이템이에요. 1만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 포스터가 많아요. 액자를 맞춰 넣으면 훌륭하죠. 봄이니 노란색, 파스텔톤도 좋고요. 개인적으론 체코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핸즈 포스터(Handz Posters)를 좋아해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현대 덴마크 디자인 등에서 영감을 얻은 복고풍 포스터예요. 따뜻한 색감이라서 주방 한편에 놓아도 좋아요."

"기존 작품에서 따온 패턴 말고도 벽면에 붙일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아트 포스터 옆에 자그맣게 붙이는 것도 색다르답니다. 교육적으로도 좋고요. 아이들이 자기 그림에 자신감을 갖게 돼요. 내 그림도 작품이 되는구나, 생각하죠. 저희 아이들 그림을 그렇게 활용해 봤는데 아이들이 집으로 친구들 불러서 전시회 하겠다고 야단이더라고요.(웃음)"

"막상 어디에 걸어야 어울릴지도 고민이에요. 못질 잘못 했다간 벽지에 구멍 자국만 내게 되거든요."

"일단 콘센트 위, 복도 끝 같은 공간에 붙여보세요. 거실 한복판에 붙였다가 실패하면 안 되잖아요. 액자를 꼭 걸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꿔보세요. 외국 인테리어 잡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크기가 다른 액자를 겹쳐서 벽에 비스듬히 세워두는 거예요. 그 옆으로 스탠드 조명을 세워 두면 분위기가 은근하죠."

"자기 집이 아닌 경우엔 못을 함부로 못 박으니 좋은 방법이네요. 가전이 많으니까 전선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는데 전선도 가릴 수 있겠고요."

촬영협조=마리메코·이노메싸·에이치픽스·럭스리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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