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수업 재개로 UBC 캠퍼스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가운데, 한국어 관련 인기 수업이 14년 만에 부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수업의 정체는 바로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기초 한자 수업인 ‘KORN 351 (Intro to Sino-Korean Readings)’.
UBC에서 26년째 한국어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로스 킹(King) 교수는 예일대에서 한국어학, 일본어학, 정치학을 전공했고, 그 후 하버드대에서 언어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의 주된 연구 주제로는 한국 역사언어학, 한국어학, 한국 방언학, 한국어 교육 이론 등이 있다.
킹 교수는 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자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를 직접 만나 질문을 던져보았다.
언제 어떻게 한국어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나요?
예일대에서 일본어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는데, 그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님이 한국어에도 능숙하셨고 저에게 한국어 공부를 권유하셨어요. 한국어에 대해 공부해보니 한글의 체계성이 다른 언어에 비해 더 흥미롭게 느껴졌고, 일본어학에 비해 선행된 연구가 부족하던 한국어학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컸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문화와 사람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더욱더 한국어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한국에는 언제 처음 방문하셨나요?
1년 동안 한국어를 독학한 후 1981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어요. 당시 5.18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들에 대한 기억이 짙게 남아있었는데,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저는 학생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훗날 5.18 운동에 대해 배우고 나서야, 당시 학생들의 분노를 이해하게 됐고, 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쓰는 민족의 역사적 배경 또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한자 수업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국어는 일본어와는 달리 한자를 더 이상 직접적으로 표기하지 않지만, 한국어에서 한자가 갖고 있는 중요성은 결코 일본어에 비해 덜하지 않아요. 하지만 북미에서는 한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한자 교육이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죠. 한자는 한국어를 배울 때 필요하지 않다는 근거 없는 믿음과 한자에 대한 교육자들의 부족한 지식이 이번 수업을 준비하게 된 큰 이유에요. 그래서 저는 이번 수업이 북미에서 부족한 한자 교육을 조금이나마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한자 수업 교과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수업 개설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자금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UBC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보람찬 부분이 있을까요?
UBC에서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가진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해요.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 중에는 중국과 홍콩계들이 많은데, 각자 광둥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 동양권 언어를 하나씩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수업이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
한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한자 지식이 왜 중요한가요?
60~70%의 한국어 어휘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가 고급 어휘를 구사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기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1980년대 이전의 자료를 읽는 데도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요. 이미 한자가 많이 사용되는 중국어나 일본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어요.
보통 한국에서는 중고등학교의 한자 교육을 통해 1300~1400자를 배우는 데에 비해, UBC에서는 한자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요. 이 강의에서는 두 학기에 걸쳐 한자 500자 정도와 그 한자들로 구성된 한자어를 수백 개 이상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학기가 끝나도 학생들이 스스로 한자를 읽고 찾는 기술을 얻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어요. 한자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UBC K.I.S.S. 11기 하늬바람 학생기자단
서긴나 인턴기자 kinna.su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