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던 여배우에게 협찬이 폭주한 사연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최종수정: 2012-01-24 16:13

 

'초한지'서 회장 손녀딸 역… 수백 개 브랜드 협찬 폭주
업계 인정 완판녀 이미지에 경쟁 프로도 사극, 인기 폭발

'정려원 아이러니(?)'. 요즘 패션 업계에선 배우 정려원<사진>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달 초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대기업 회장의 외손녀 백여치 역을 맡은 그녀에게 브랜드들이 서로 제품을 협찬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려원의 의상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이윤미씨는 "협찬을 해주겠다는 브랜드가 해외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수백 개가 넘는다"며 "모두 소화할 수는 없고 극 중 캐릭터와 맞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제품을 골라 입으려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기현상"이라는 반응이다. 모 패션회사 관계자는 "정려원은 2009년 드라마 '자명고' 이후 3년 동안 드라마에 안 나왔고, 그 사이 '통증' '적과의 동침' 등 영화엔 출연했지만 그마저도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는데 협찬이 이렇게 몰리다니 아이러니"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정려원의 패션 감각과 배역, 시기가 운 좋게 맞아떨어져 협찬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 얘기한다. 패션홍보대행사 APR의 이보라 스타마케팅 팀장은 "작품의 흥행 가능성은 차치하고, 정려원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하는 패셔니스타"라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희진 역을 맡아 세련된 '믹스 앤드 매치'(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스타일의 옷을 함께 입는 스타일) 패션으로 '완판녀(착용한 옷이 완전히 다 팔리는 여배우)' 대열에 오른 이후 그 이미지가 계속됐다"고 했다. 이 팀장은 "마침 SS(봄·여름) 신상품이 출시되는 시기라 브랜드들이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정려원이 드라마에 복귀하자 그녀에게 신제품을 입히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극 중 역할 덕도 봤다. 패션 홍보대행사 비주컴 설수영 실장은 "극 중 정려원이 맡은 재벌 외손녀 역은 화려한 제품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어 업체 입장에선 제품을 마케팅하기에 가장 좋은 배역"이라 했다. 그는 "게다가 지금 방영 중인 다른 드라마에 딱히 협찬할 만한 여배우가 없다는 것도 정려원 쏠림 현상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시청률이 좋은 MBC '해를 품은 달'은 사극이고, SBS '부탁해요 캡틴'의 여주인공 구혜선은 파일럿 역이어서 거의 제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KBS 2TV '난폭한 로맨스'의 여주인공 이시영도 경호원으로 등장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패션 업체로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배역이다. 이 같은 패션 업체들의 홍보 작전이 정려원의 패션 파워와 결합해 벌써 인터넷에는 '신 재벌집 손녀딸 패션', '백여치 패션' 등의 수식으로 정려원 패션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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